검찰의 직접 수사를 대폭 제한하는 검경 수사권 조정 시행에 따라 고소·고발장 제출을 위해 검찰청을 방문한 시민들이 발길을 돌리는 등 현장에서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이에 직원들은 경찰의 수사 대상을 설명한 안내문을 민원실에 게시하며 달라진 형사사법제도의 안착을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일선 청에는 경찰의 불송치 사건 등에 대한 검토를 전담하는 부서가 마련됐고, 대검찰청은 개정된 법령에 따른 업무 지침 최종본을 일선 청에 내려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민원 업무를 담당하는 서울중앙지검 고소·고발 전담관실 직원은 5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사기 피해를 고소하러 왔다가 돌아가는 시민들이 가장 많다”며 “피해액이 5억원을 넘는 사건만 검찰의 수사가 가능하다고 설명해 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에서 퇴짜를 맞고 검찰에 고소장을 내러 왔다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또다시 발길을 돌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서울중앙지검 1층에 위치한 전담관실 앞에는 지난 1일부터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해야 할 대상 범죄 예시’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검사가 직접 수사하는 6대 범죄들을 제외한 나머지 범죄들은 모두 경찰이 수사한다는 내용을 자세히 담아 이해를 돕겠다는 취지다. 5억원 미만의 사기·횡령·배임 혹은 강도·절도·손괴 등 범죄가 그 예다. 이 밖에 살인·상해·폭행과 체포·감금, 강간·추행 등의 신체범죄, 교통 관련 범죄와 업무방해죄, 3000만원 미만의 뇌물수수·뇌물공여, 명예훼손, 무고, 주거침입 등의 피해를 볼 경우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해야 한다.
일선 검찰청은 경찰의 불송치 사건과 수사중지 사건 기록을 검토하는 부서를 신설하며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은 2차장 산하에 송부기록전담부를 만들어 최임열 부장검사와 부부장검사 3명을 배치했다. 이들은 경찰이 불송치 결정한 사건들에 대해 90일 동안 기록을 검토한 뒤 위법하거나 부당하다고 판단하면 경찰에 한 번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다. 수사중지 사건에 대해서도 인권 침해와 수사권 남용 등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30일 동안 검토하고 경찰에 시정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 검찰 관계자는 “지난해 경찰이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사건이 한 달에 2500건 정도였다”며 “검사 1명당 매달 800건의 기록을 검토해야 하는 셈”이라고 했다.
대검찰청도 지난 3일 일선 청에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한 구체적인 업무 지침을 내려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12월 14일 ‘주요업무 처리 절차에 대한 대검 예규 수정안’ 등을 내려보낸 뒤 일선 청의 의견을 반영해 재차 수정 작업을 거친 최종본이다. 지침에는 검사의 수사개시와 송치사건 및 영장 등에 대한 보완 수사 요구, 영장전담검사의 업무 등이 포함됐다. 대검은 불송치 사건과 이의신청이 접수된 사건 등 송부받은 기록을 처리하는 세부 지침도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에 대한 간편 매뉴얼도 별도로 작성해 배포했다.
구승은 허경구 나성원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