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정신병원에서의 집단감염을 막겠다며 정신건강복지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병상 밀집도를 낮추겠다고 하자 일선 의사들은 “심각한 부작용이 예상된다”고 입을 모았다. 제도적 뒷받침이 부족하고 현장 실상과도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5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낙후한 시설을 개선하자는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지원책이 병행되지 않는다면 최악의 역효과를 낼 것”이라고 우려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1월 26일 정신건강복지법 시행규칙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은 정신의료기관의 입원실당 최대 병상 수를 현행 10병상에서 6병상으로 줄이도록 했다. 일반 병원보다 넓은 1.5m의 병상 간격을 확보하게 했고, 환자 1인당 입원실 면적도 넓혔다. 또 입원실마다 화장실을 설치하도록 규정했다.
전문가들은 개정안이 확정될 경우 20~40%의 기존 입원 환자가 퇴원하게 될 것으로 봤다. 반면 이들이 병원 바깥에서 살아갈 수 있는 사회 안전망은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돌아갈 집이 없는 경우는 물론, 가족들도 환자들을 돌보기 버거워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병상 간격을 띄어 감염을 예방하겠다는 목적도 달성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정신질환자들은 대부분의 일과 시간을 입원실 바깥의 활동실이나 치료실에서 보내기 때문이다.
정신질환자들의 특수성을 간과한 정책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특히 개별 입원실 내에 화장실을 설치할 경우 환자의 안전을 보장하기 어려워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서울의 한 정신건강의학과 개원의 A씨는 “의료진의 눈길도 닿지 않고 CCTV를 설치할 수도 없는 화장실은 자해 충동을 가진 환자들에게 가장 위험한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성명을 내고 정부에 개정안 원점 재검토와 별도의 지원책을 요구했다. 정정엽 신경정신의학회 사무총장은 “(개정안이 확정되면) 환자를 덜 받을 수밖에 없는 정신병동을 축소하고 외래진료를 늘리는 현상이 가속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