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노 vs 더브라위너’? 올해 첫 맨체스터 더비, 관전 포인트는

입력 2021-01-06 06:15
맨체스터 시티 미드필더 케빈 데브라이너(왼쪽)가 지난 12일 올드트래퍼드에서 열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경기에서 슈팅을 날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앙숙 간의 올해 첫 맞대결이다. 영국 잉글랜드 맨체스터의 ‘시끄러운 이웃’ 두 구단이 주중 컵 대회에서 맞붙는다. 양 팀 모두 바쁜 일정에 숨을 고를 새가 없지만 이번 승패에는 자존심이 걸려있다. 리그에서 선두 다툼을 벌이고 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반등을 이어나가려는 맨체스터 시티 둘 모두에게 흐름 상 승리가 필요하기도 하다.

맨유와 맨시티는 한국시간으로 7일 새벽인 6일(현지시간) 맨유 홈구장 올드트래포드에서 EFL컵(리그컵) 준결승전을 벌인다. 이 경기 승자는 손흥민의 소속팀 토트넘 홋스퍼와 2부 리그 챔피언십 구단 브랜트퍼드 경기 승자와 4월 25일 우승컵을 두고 다툴 예정이다.

저번보다는 화끈하다

맨유와 맨시티는 지난달 12일 리그에서 올 시즌 첫 대결을 치러 0대 0으로 비긴 바 있다. 기대를 모았지만 적극적인 모습이 나오지는 않았다. 초반 부진했던 두 팀 상황을 고려할 때 패배 하나가 워낙 치명적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이번 대결은 조용히 보낼 수 없다. 어떻게든 승부를 가려야 하는 토너먼트 경기라서다. 실제 지난해 1월 양 팀 사이 열린 리그컵 1·2차전에서는 총 5골이 터졌다.

본래대로라면 홈과 원정 번갈아서 2경기를 치러야 하지만 올 시즌은 코로나19로 인한 일정 조정 문제 탓에 단판 승부로 바뀌었다. 전후반 승부가 나지 않으면 연장전, 나아가 승부차기까지 치를 수 있다. 일정이 빡빡한 두 팀 모두 상상하기 싫은 시나리오라 일찍 승부를 내는 게 낫다. 이번 경기에서는 벤치멤버가 9명까지 허용되고 교체 가능 인원도 5명까지 늘었다. 영상판독(VAR)도 시행된다.

양 팀 감독 대결은 우위를 가리기 쉽지 않다. 리그에서는 맨유의 올레 구나 솔샤르 감독이 2승 1패 1무로 근소하게 앞선다. 그러나 지난 시즌 리그컵 대결에서는 맨시티의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1·2차전 도합 3대 2로 이겼다. 솔샤르 감독은 부임한 2018년 12월 이래 우승컵이 없어 이번 승리가 필요하다. 지난 시즌 리그컵 우승에 이어 2연패에 도전하는 과르디올라 감독도 코앞까지 다가온 기회를 날릴 이유가 없다.

장지현 해설위원은 “재밌는 때에 두 팀이 만났다”면서 “리그 대결이 아니긴하지만 오랜만에 재미있는 맨체스터 더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브루노 ‘올마이티’ 페르난데스 vs ‘생강머리 펠레’ 더브라위너

양 팀 모두 기세는 좋다. 맨유는 지난 맨체스터 더비 이후 치른 6경기 중 5경기를 이겼다. 특히 이번 경기가 열리는 홈구장 올드트래포드에서는 최근 3경기를 모두 이겼다. EFL컵에서는 비교적 까다로운 적수였던 8강전 상대 에버턴을 2대 0으로 가뿐하게 눌렀다.

맨시티는 지난 4경기를 모두 이기며 연승 중이다. 3경기에서 9골을 집어넣었을 정도로 득점력에 물이 올랐다. 특히 상위권 도약을 위해 경쟁 중인 첼시와의 지난 3일 경기 승리는 사기를 끌어 올리기 충분했다. 8강전 상대였던 아스널에는 4대 1 대승을 거뒀다.

양팀 상승세의 중심에는 리그 최고의 플레이메이커 두 선수가 있다. 먼저 맨유의 브루노 페르난데스는 올 시즌 24경기에 출전해 16골 9도움을 기록하고 있다. 올 시즌 경기 대부분에 출전하면서 경기 후반 체력 저하가 부분적으로 느껴지는 장면도 나온다. 그러나 아껴놓기에는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절대적이다.

맨시티의 케빈 더브라위너는 18경기에서 3골 12도움을 기록했다. 장지현 위원은 “최근 첼시전 등을 보면 더브라위너는 기회를 만들어줘도 동료들이 마무리를 짓지 못하는 상황에 직접 해결까지 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실상 최전방에 전문 공격수가 없는 상황에서 더브라위너가 잘 버텨줬다”면서 “맨시티 팀 전체적으로도 공격력이 시즌 초반보다 안정세에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어느 빈틈이 더 클까

전력 이외 조건에서는 상대적으로 맨유가 유리하다. 일단 장소가 홈구장인 올드트래포드다. 선수단 휴식 기간도 맨시티보다 이틀이 많은 닷새다. 전력 면에서는 중앙 수비의 축 해리 매과이어의 짝인 빅토르 린델로프가 등 부상이 회복될지 확실치 않아 3경기째 결장 가능성이 있다. 대체자인 에릭 바이가 좋은 활약을 했기에 큰 걱정은 아니지만 부상에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베테랑 공격수 에딘손 카바니는 출장 정지 징계가 이번 경기에서도 적용된다.

맨시티는 코로나19로 선수단에 구멍이 크게 뚫렸다. 에데르손 골키퍼와 카일 워커, 에릭 가르시아와 가브리엘 제수스가 지난 첼시전에 이 문제로 결장했다. 한때 이강인의 팀 동료였던 페란 토레스는 자가 격리 중이라는 소식도 있다. 나단 아케와 에므리크 라포르트는 부상에서 돌아올지 미지수다. 다행히 대신 나선 잭 스테판 등 벤치 선수들의 최근 활약이 나쁘지 않았다는 게 위안거리다.

다만 공격진의 대량 공백은 맨시티에 다소간 불안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장지현 위원은 “두 팀 모두 공격이 초반보다 안정세에 접어들었다”고 평하면서도 “맨시티는 더브라위너가 부진하다면 공격력에 기복이 생길 우려가 있다”고 평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