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오는 8일 임시국회 본회의를 열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 제정안을 처리하기로 5일 합의했다. 그러나 산업재해를 일으킨 사업주 등에 대한 형사처벌 수위와 적용 대상을 어떻게 규정할지를 놓고 정부와 여야, 재계와 노동계 간의 이견이 여전히 팽팽히 맞서고 있다. 아직 쟁점 정리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인데, 본회의 처리 날짜를 먼저 못박은 셈이어서 졸속 입법 우려도 제기된다. 여야는 아동학대방지법 등과 함께 중대재해법을 처리한다는 방침이지만, 최종 합의안 도출까지는 진통이 이어질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회동을 갖고 7∼8일 이틀간 본회의를 열어 중대재해법 등 20여개 법안을 처리하기로 했다. 김영진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법사위 논의에 좀 더 속도를 내 최대한 8일 처리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여야 법사위원들도 법안소위를 열고 정부가 제출한 중대재해법안 심사를 재개했다. 소위에선 중대산업재해에 대한 경영 책임자의 처벌 조항을 ‘노동자 사망 시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으로 규정하는 안으로 의견을 모았다. 벌금형과 징역형을 함께 선고하는 ‘필요적 병과’ 조항을 추가하는 것에도 합의했다.
그러나 법인과 대기업 등의 처벌 수위·유예 기준 등이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여야가 법안 통과 시점을 3일 뒤로 못박자 재계와 노동계 양쪽에선 우려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은 이날 국회를 찾아 “중대재해법 제정을 제고해 달라”고 촉구했다. 반면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중대재해법의 근본 취지를 정면으로 부정하고 법을 누더기로 만들고 있다”며 “노동자 죽음에 대한 경영 책임자와 원청의 처벌이 명확히 명시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처벌 수위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 규모와 관련해 정부안(손해액 5배 이하)은 박주민 민주당 의원안(5배 이상)이나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3배 이상 10배 이하)보다 낮은 수준이지만, 법무부와 법원행정처는 “현행 징벌적 손해배상 수준에 비해 상당히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야당 일각에선 중대재해법의 졸속 입법 우려가 나왔다. 김희국 국민의힘 의원은 “중대재해가 발생하는 근본적 문제는 눈 감고, 법을 막무가내로 시행한 뒤 문제가 있으면 보완하자는 것이 여당의 태도”라고 비판했다. 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 농성 중인 김종철 정의당 대표는 “약자인 노동자는 없고, 강자인 재계의 민원만 보인다”며 “민주당은 재계를 핑계로 법안을 후퇴해선 안 된다”고 촉구했다.
한편 여야는 8일 오후 본회의에 앞서 코로나19 백신 수급과 방역 문제 등과 관련한 대정부 긴급현안 질의에 나선다. 본회의에선 중대재해법 외에 생활물류서비스산업 발전법 등 여야 합의 법안 등을 처리할 방침이다.
양민철 이상헌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