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접종자 수를 확대하기 위해 1회차와 2회차 접종 간격을 최대 12주까지 늘리겠다고 밝힌 가운데 백신 제조사들이 효능과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다며 경고에 나섰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는 4일(현지시간) 공동성명을 내고 접종 간격을 임의로 늘리는 것과 관련해 “안전성과 효능을 입증할 데이터가 없다”고 발표했다.
두 회사는 성명에서 “대다수의 임상시험 참가자들은 연구 설계에서 명시된 기간 내에 두 번째 접종을 받았기 때문에 그와 다른 접종 스케줄에 대해서는 백신의 안전성과 효능이 평가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화이자가 시행한 임상 3상에서는 1회차 접종을 받고 12일이 지난 후부터 첫 면역 반응이 관찰됐다. 이렇게 형성된 면역반응이 얼마나 유지될 지 알 수 없다는 것이 최대 난관이라는 설명이다.
유럽과 미국의 보건당국도 백신의 접종 간격을 늘리는 ‘변칙 접종’을 허용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유럽의약품청(EMA)은 FT에 “유럽연합(EU)이 승인한 유일한 코로나19 백신인 화이자는 21일 간격을 두고 두 차례 접종하는 게 원칙”이라며 “이 투여법에서 벗어나는 접종법에 대한 별도 승인은 이뤄진 바가 없다”고 전했다.
미 식품의약국(FDA)도 이날 성명을 내고 접종 간격 확대와 관련해 “효과가 검증되지 않았으며 과학적 근거에 기반하지 않고 있다”면서 “백신 접종 스케줄을 임의로 변경하는 것은 미국인을 보호하기 위한 백신의 역사를 위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가 급격히 확산하며 일부 국가들에서는 효능이 다소 낮아지더라도 접종 간격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대두되고 있다. 전염성이 대폭 강화된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세를 부추기고 있는 만큼 1회차 접종자를 빠르게 늘리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독일은 접종 간격을 늘리고 백신 한 병에서 최대 6회분의 접종분을 뽑아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화이자 백신 1병은 본래 5회분 분량이다. 덴마크도 백신의 접종 간격을 3주에서 최대 6주까지 늘릴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늘어난 접종 간격이 만들어낸 불완전한 방어력이 되레 백신에 대한 저항력을 가진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디난 필레이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바이러스학 교수는 “의료체계가 포화상태에 이른 만큼 1회분 접종에 치중하고자 하는 주장이 이해가 가진 않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너무 늦은 2회차 접종은 변이 바이러스의 탄생이라는 리스크를 동반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