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못하는 5살 얼굴에 물뿌리던 교사들…” 엄마의 청원

입력 2021-01-05 16:26
기사와 무관한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인천 서구 한 국공립 어린이집에서 발생한 ‘장애아동 집단 학대’ 사건 피해 학부모가 가해자로 지목된 4명의 보육교사를 강력 처벌해달라는 국민청원을 올려 고통을 호소했다.

자폐증이 있는 피해아동 A군(5)의 부모라고 자신을 소개한 글쓴이 B씨는 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인천 서구 국공립 어린이집 장애 아동 집단 학대 사건’이라는 제목의 긴 글을 게시했다. 그는 “어린이집에서 우리 아이가 4명의 보육교사에게 집단으로 학대를 당했다”며 “더는 다른 피해 아동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철저한 수사와 진상 규명, 강력한 처벌을 요구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B씨는 한차례 언론에 보도된 사건 주요 내용을 다시 한번 자세하게 짚으며 글을 이어나갔다. 그는 “지난달 23일 하원한 아이 귀에 상처가 나 있었다. 아이는 말을 할 수 없기에 그저 ‘낮잠을 자지 않았다’는 담임 교사의 말을 듣고 믿어야 했다”며 “집에 돌아온 아이는 밤새 울며 엄마를 때리는 등 심리적 트라우마가 생긴 듯 행동했다. 아이를 너무 강압적으로 대하지 않았는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어린이집) CCTV를 확인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원장이 ‘절차가 있어야 CCTV를 확인할 수 있다’고 해 그냥 집에 돌아왔다가 삭제하거나 조작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경찰을 대동해 보관된 CCTV 영상을 확보할 수 있었다”며 “1시간 40분 동안 말 못 하는 아이를 4명의 교사가 돌아가면서 학대하는 모습을 보게 됐다. 얼굴에 물을 뿌리고 발로 차고 때리고 밀고 혼내고 팔을 꺾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 아이가 맞고 있는데 말리는 교사는 한 명도 없었고 놀라는 사람도 없었다. 이번 한 번만 학대가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다”며 “더욱 화가 나는 점은 해당 교사들은 몇 차례 사과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아직까지 미안하다는 말 한번 없다. 우리 아이는 오늘도 구토하고 밤잠을 설치고 심리치료를 받으며 고통 속에 살아가는데, 그들은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기억나지 않는다’ ‘학대한 것이 아니다’라고 거짓 증언을 하고 있다”고 분노했다.

B씨는 “1년 동안 어린이집을 믿고 보낸 부모로서 아이에게 너무 미안한 마음뿐”이라며 “지금이라도 소중한 우리 아이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걸 걸고 정의는 아직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까지 아동학대에 대한 처벌이 다소 미약했다. 이번 사건 역시 그동안의 솜방망이 처벌이 불러온 참사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글 말미에서 ▲피해 보상 ▲아동 학대범 확인 제도 마련 ▲어린이집 장애통합반 확대 ▲학대 교사에 대한 강력한 처벌 등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님께서 ‘사람이 먼저다’라고 강조하신 것처럼 장애인이나 아동과 같은 사회적 약자는 보호받아야 할 마땅한 권리가 있다”며 “말을 하지 못해 부모에게 사실을 전할 수 없다는 이유로 상습학대와 짐승만도 못한 취급을 당한 우리 아이를 위해 청원한다”고 썼다.

경찰은 해당 어린이집의 최근 2개월 치 CCTV 영상을 확보해 분석 작업을 벌이고 있다. 그 안에는 20~30대 보육교사들이 A군에게 분무기로 물을 뿌리거나 발과 손으로 몸을 밀치고 때리는 듯한 장면이 담겨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들이 A군 뿐만 아니라 1세 남아 등의 몸을 손으로 밀치는 모습도 확인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