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로 달리는 고속열차가 자동차와 함께 미래 시대의 대표적인 친환경 운송수단으로 도약할 준비를 하고 있다. 현대로템은 탄소 배출량과 미세먼지를 줄인 친환경 고속열차 ‘KTX-이음’의 국내 영업운행을 계기로 해외 보급 확산까지 노릴 계획이다. 우리나라 정부는 그린뉴딜 정책을 중심으로 한 친환경 열차 보급에 속도를 낸다.
현대로템은 친환경 고속열차 KTX-이음이 중앙선(청량리~신경주) 구간에서 영업운행에 돌입한다고 5일 밝혔다. 고속열차는 총 130량(21편성)으로 현대로템이 2016년 한국철도(코레일)로부터 사업을 수주해 개발했다.
KTX-이음은 전기로 움직이는 저탄소·친환경 열차다. 탄소 배출량은 승용차의 15%, 디젤기관차의 70% 수준이다. 승용차와 비교해 분진 발생도 미미한 편이다. 리튬폴리머 배터리를 적용한 덕분에 니켈카드뮴 배터리를 달았던 기존 KTX의 중금속 배출 문제도 해결했다.
친환경 열차지만 성능은 우수하다. 최고 시속 250㎞로 달리는 KTX-이음은 청량리역에서 제천역까지 최단 1시간6분에 달릴 수 있다. 영주역까지 최단 1시간41분, 안동역까지는 1시간59분이 걸린다. 이번 영업운행에는 시속 260㎞ 타입이 투입되고, 향후 320㎞ 타입도 순차적으로 운행에 나선다. 공기 흐름과 저항력 계산, 제품 경량화 등을 통해 에너지효율(전력소비량)은 기존 KTX보다 79%나 좋아졌다.
KTX-이음은 국내 최초의 동력 분산식 열차이기도 하다. 기존 KTX나 KTX-산천처럼 열차 앞뒤에 동력차가 있는 동력 집중식과 달리 동력 장치를 골고루 분산시켜 수송능력과 가·감속 성능이 뛰어나 곡선선로가 많고 역간 거리가 짧은 철도환경에 장점이 많다.
문재인 대통령은 전날 시승식에서 파리기후협약 첫해인 올해를 친환경 열차 보급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2029년까지 모든 디젤 여객기관차를 KTX-이음으로 대체하겠다”며 “2025년까지 70조원 이상을 투자해 고속철도, 간선철도망, 대도시·광역도시 철도사업에 더욱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철도망 확대를 통해 전국 주요 도시간 이동시간을 줄여 국가균형발전을 앞당긴다는 구상이다.
현대로템은 이번을 계기로 친환경 고속열차의 해외수출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동력분산식 고속열차 영업운행 실적을 바탕으로 해외수출을 달성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철도업계에 따르면 올해 세계 철도시장 규모는 240조원에 달한다. 특히 고속철도 시장의 경우 연평균 2.9%씩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5년간 글로벌 고속열차 시장에서는 동력분산식 열차가 75%를 차지했다. 세계적 흐름과도 맞아 수출에 용이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향후 현대로템은 태국과 터키에 건설을 포함해 각각 8조원, 5조원 규모의 수출을 추진할 예정이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