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생후 16개월 여아 정인이 사건을 담당했던 경찰과 해당 경찰서의 서장을 파면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등록된 지 하루 만에 18여명의 동의를 받았다. 해당 서장은 복수의 매체를 통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착잡한 심경을 밝혔다.
한 청원인은 지난 4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아동학대 방조한 양천경찰서장 및 담당 경찰관의 파면을 요구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보호해야 하는 국가 기관으로서 아동학대 신고를 수차례 받고도 묵인하고 방조한 것, 신고 의무자가 제출한 수많은 증거와 소아과 전문의의 강력한 수사 요구를 무력화시킨 것에 대한 대가를 묻고 싶다”며 “(이들에 대한) 파면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 청원은 5일 오후 3시24분 기준 18만3260명의 동의를 받았다. 한달 안에 국민 20만명 이상이 동참한 청원의 경우 청와대 관계자나 관련 부처 장관의 답변을 들을 수 있다. 등록 하루 만에 동의자 수 18만명을 넘긴 만큼 곧 답변 기준을 충족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지난해 5월부터 9월까지 어린이집 교사, 인근 주민, 소아과 의사 등 정인이에 대한 아동학대 의심 신고가 세 차례나 접수됐음에도 제대로 된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비판받고 있다. 당시 관할이던 서울 양천경찰서는 신고 때마다 증거를 찾지 못했다며 정인이를 부모에게 돌려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정인이는 결국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한 채 입양된 지 9개월 만인 지난해 10월 13일 응급실에서 세 번의 심정지 끝에 사망했다.
이화섭 양천경찰서장은 이같은 비판과 관련해 “자성 중이다.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결과에 책임지는 게 맞다”고 뉴스1에 밝혔다. 그는 착잡한 목소리로 “무슨 말씀을 드리겠느냐”고 말한 뒤 “정인이 사건에 대응했던 인력에 대해 몇주간 조사가 이뤄졌고 감찰도 진행됐다”고 강조했다. 다만 “징계는 제가 판단해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그러면서 “상황이나 절차, 매뉴얼 등을 기준으로 두고 징계 수위를 정하는 것”이라며 “해당 직원들이 예상하는 것 이상의 조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또 “미국은 차에 아동을 잠깐만 방치해도 분리 조치하도록 제도화된 것으로 안다. 반면 국내는 ‘분리 조치’와 관련해 (정인이 사건 이후 마련되기 전까지) 제도적 장치가 미미하다 보니 현장에서 판단하기 쉽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서 “정인이 사건도 이런 상황에서 현장 인력이 소극적으로, 미온적으로 대응하다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 서장은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도 “여성·청소년 관련 4개의 수사팀이 있는데 매번 다른 팀들이 신고를 받았다. 명확한 지침이 없었기 때문에 각각의 신고 당일 당직팀들이 사건을 받게 된 것”이라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제도는 개선이 됐다”고 말했다. 또 정인이가 사망하기 전에는 사건에 대한 보고를 받지 못했다면서도 “제가 책임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전체적으로 다 제 책임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아울러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일부 제도적인 미비는 상당 부분 보완이 됐다”면서 “부족한 부분은 경찰이 계속해서 책임을 갖고 나가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