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실내체육시설 집합금지(수도권 외 지역은 저녁 9시 이후 영업 제한) 조치 연장을 놓고 헬스장 관장 등에 이어 당구장 업주들도 집단행동 조짐을 보이고 있다. 크고 작은 당구장 업주들은 촛불 대신 당구장 실내·외 모든 불을 켜 놓는 방식으로 정부 조치에 대한 항의를 표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정부 조치에 변화가 없으면 ‘오픈 강행’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전국 당구장 사장 모임(이하 전당사) 커뮤니티 운영자이자 대구에서 A당구장을 운영 중인 조명구씨는 지난 3일 커뮤니티에 “실내 등 간판 켜두기 운동 동참해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글을 통해 “여러 사장님 밖에서 잘 보이는 곳은 등 켜 두시고 간판도 켜두라. 아무짝에도 쓸모없을진 몰라도 저희만의 작은 시위라 생각한다”고 썼다.
조 씨는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불 켜기 시위’를 “촛불성 시위”라고 표현하면서 “당구장에서 점등 시위를 하자는 차원에서 실내 등과 간판을 켜고 퇴근하는 것”이라고 취지를 밝혔다.
현재 불켜기 시위는 전국적으로 20~30곳이 동참 중이고, 점점 더 많은 이들이 참여 뜻을 밝히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구에서는 실내체육시설 영업이 전면금지되지 않았지만 지난달 24일부터 오후 9시 이후 영업이 제한됐다. 조씨는 “당구장 특성상 실질적으로 문을 못 여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면서 “당구장이라는 데는 직장인들이 퇴근 후 저녁 식사하고 느지막이 오는 곳인데 9시까지로 제한을 해버리니까 문을 못 여는 것과 같은 효과가 나타난다. 기본 한 시간 이상 당구를 친다고 생각하면 오후 7시 30분만 되어도 손님을 받을 수 없다”고 호소했다.
그간 집합금지 조치 대상인 실내체육시설에 속해 영업을 중단했던 수도권의 경우 정부가 이번 조치에서 스키장이나 일부 학원 등에 대해서는 일부 영업을 허용한 것에 대해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특히 당구 자체가 정적인 스포츠인 데다 사람들 간 간격이 유지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 점 등을 짚으며 집합금지 해제를 주장하고 있다. 당구장 특성상 기본 공간이 커 월세 등 관리비가 많이 든다는 점도 이들이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유다.
경기도 남양주에서 H당구장을 운영 중인 한종선씨는 “그간 마스크 착용, 손 소독제 사용, 체온 측정, 실내 환기 등 지키라는 방역 수칙을 다 지켰다. 그래도 (정부는) 문을 못 열게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은 코로나19 확산 우려를 고려해 별말 없이 참았다. 그렇지만 가만히 있으면 문을 계속 닫으라고 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업소는 영업을 허용해주는 행태들이 너무 불합리하다고 생각해 시위에 참여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특히 “당구 자체가 정적인 스포츠이기 때문에 마스크를 착용하고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또 코로나19 사태 이후 실내에서 주류나 취식을 금지하고 있기에 감염 우려가 적다”면서 “방역 수칙을 준수하고 인원을 제한하는 등의 운영 방식을 도입하면 충분히 안전하게 영업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씨는 “당구장들이 최소 50평부터 크게는 100평 이상까지 있다. 활동 공간까지 하면 기본 50평은 되어야 허가가 난다”면서 “가게 평수가 있기 때문에 월세가 400~500만원 한다. 700~800만원 하는 곳도 있다. 관리비 다 해서 그냥 가만히 1000만원씩 나간다”고 말했다.
이어 “당구장 매출은 일반 스포츠 시설이랑 다르게 단가가 되게 싸다. 10분에 1500원, 한 시간에 만원이 채 안 된다. 그러다 보니 매출 규모가 적어서 대출받기도 쉽지 않다”면서 “코로나 긴급대출이라고 나라에서 풀어준 건 접속도 안 된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전당사 회원들은 ‘불켜기 시위’와 함께 다양한 방식으로 당구장의 영업금지 조치에 항의하는 메시지를 전달할 계획이다. 지난 4일부터는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시작했고, 5일 오전부터는 9인 이내의 단체 집회를 예고했다.
이에 대해 조씨는 “더는 못 버티는 분들이 많다”면서 “당구장 사장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해보고 정 안 되겠으면 오픈을 강행할 생각도 있다”고 전했다.
김남명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