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용자 살려달라는데… 법무부 “구치소 방역성공” 자화자찬

입력 2021-01-05 15:06 수정 2021-01-05 15:19

서울동부구치소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가 지속되는 가운데 법무부가 ‘교정시설 코로나19 유입 차단’을 성과로 홍보하는 동영상을 올려 지탄을 받고 있다.

법무부는 지난해 12월 31일 공식 유튜브 채널 ‘법무부TV’에 ‘법무부 2020 연말결산 법무부의 1년 국민께 보고드립니다!’라는 제목의 1분12초짜리 동영상을 올렸다.

동영상은 “존경하는 법무가족 여러분, 경자년 새해를 맞아 여러분과 함께 법무부의 새 출발을 하게 됐습니다”라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지난해 취임사로 시작한다.

이어 지난해 법무부가 달성한 성과들을 나열했다. 법무부는 ‘국민 중심의 검찰 조직 개편’ ‘검경 수사권 조정’ ‘대체복무제 시행’ 등을 성과로 꼽았다. 여기에는 ‘교정시설 내 코로나19 유입 차단’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교도작업 면마스크 지역사회 등 공급’도 포함됐다.

동영상이 올라온 이날은 동부구치소에서 126명의 추가 확진자가 발생해 누적 확진자가 총 923명에 이르던 상황이었다. 또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진심으로 송구하다”며 대국민 사과를 한 날이었다.

유튜브 채널 ‘법무부TV’ 동영상 캡처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5일 0시 기준 동부구치소 관련 코로나19 확진자는 1090명에 이르렀다. 출소자를 포함한 수용자 1047명, 직원 22명, 가족 20명, 지인 1명 등이다. 지난 1월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된 이후 단일 시설 내 최다 규모 감염이다.

이번 사태로 추 장관이 고개를 숙이며 방역대책을 부랴부랴 내놓았지만 초기 대응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밀폐·밀집·밀접한 교정시설 특성상 사전 예방에 더욱 철저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이번 사태에 대해 “정부의 부실 방역이 낳은 후진국형 대참사”라고 비판하며 정부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2020년 법무부 업무 성과를 설명하는 유튜브 방송에서 ‘교정시설 내 코로나19 유입 차단’이라고 표현했다. 법무부의 무신경이 이젠 무서울 지경”이라며 “동부구치소 확진자가 전체 수용인원의 절반 가까이 된다. 관련 책임자는 반드시 민형사상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해당 동영상에도 비판적인 의견이 달렸다. 네티즌들은 “이딴 거 만들 시간에 동부구치소 사태 좀 해결해라. 구치소(수용자)는 사람도 아니냐?” “구치소에서 사망자가 나왔는데 유입을 차단했다니 기가 막힌다” 등의 댓글을 남겼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