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멸망할 것” 백신 오염시킨 美 약사의 최근 행적

입력 2021-01-05 14:31 수정 2021-01-05 14:35
미국 위스콘신주 그래프턴 경찰이 현지 약사인 스티븐 브랜던버그(46)를 모더나 코로나19 백신을 오염시킨 혐의로 체포했다고 4일(현지시간) AP통신은 전했다. 연합뉴스, 오조키 카운티 보안관실 제공

미국 위스콘신주 한 약사가 “코로나19 백신이 인간 DNA에 돌연변이를 일으켜 세계를 멸망시킬 것”이라고 주장하며 수백명 접종분의 모더나 백신을 오염시킨 일이 발생했다.

AP통신 등 외신은 위스콘신주 밀워키 인근 크래프턴 경찰이 최근 의료단체 ‘애드보케이트 오로라 헬스케어(AAH)’ 소속 약사인 스티븐 브랜던버그(46)를 모더나 백신 무단 폐기 혐의로 체포했다고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가 오염시킨 백신은 57병으로 알려졌으며 현지 수사 당국은 이 병에 500명 이상에게 투여할 수 있는 양이 담겨 있었다고 밝혔다.

AAH 측에 따르면 브랜던버그는 지난달 24~25일 의료시설 냉장고에 있던 백신을 밖으로 꺼내 밤새 상온에 방치했다. 이후 백신을 냉장고에 다시 넣었다가 이튿날 밤 재차 상온에 노출했다. 모더나 백신은 상온에 빼낸 뒤 12시간까지만 사용할 수 있어 해당 백신은 아예 사용 불가한 상태가 된 것이다.

브랜던버그는 “냉장고 안쪽에 있던 물건을 꺼내기 위해 백신을 빼뒀다가 다시 넣어두는 것을 깜빡했다”는 취지의 변명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어진 경찰 수사에 그는 “백신이 인간 DNA에 돌연변이를 일으켜 사람들을 해칠 것이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못 쓰게 만든 것”이라고 털어놨다.

경찰은 체포영장 청구서에 브랜던버그가 확실한 음모론자라고 강조했다. 또 일각에서는 브랜던버그가 최근 아내와의 이혼 조정으로 혼란스러움을 느껴 이 같은 일을 꾸몄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실제로 그의 아내가 제출한 진술서를 보면 브랜던버그는 지난달 6일 아내 집에 들러 한 달 치 식량을 두고 갔는데, 이때 그가 “온 세상이 붕괴하고 있다. 정부가 사이버 공격을 계획하면서 전력 공급을 중단할 것”이라고 말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다만 검찰 측은 브랜던버그가 상온에 노출한 백신의 실제 오염 여부를 모더나가 검증해야 한다며 아직 그를 정식 기소하지는 않았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