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주석단 1열에 착석할지 여부가 8차 당 대회의 관전포인트로 떠오른다. 주석단 자리 배치는 북한 권력 서열의 바로미터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대남·대미 관계에 종횡무진 나서며 높아진 위상을 과시해온 김 제1부부장이 오빠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함께 주석단 1열에 앉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주석단은 당 대회와 같은 공식행사 단상에 배치되는 일종의 귀빈석이다. 김 위원장 좌우 6~7번째 자리까지는 당 정치국 상무위원과 위원 등 고위직 간부가 앉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김 위원장에 가까울수록 권력 서열이 높은 것으로 간주된다. 지난해 8월 열린 당 전원회의 관련 사진을 보면 김 위원장 좌우에는 공식 서열 2, 3위인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이 앉아 있다. 최 상임위원장과 박 부위원장 옆에는 또 다른 정치국 상무위원인 김덕훈 내각총리와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 자리했다.
김 제1부부장의 주석단 1열 착석 여부에 이목이 쏠리는 배경이다. 김 위원장은 자신을 대신해 남북 및 북·미 관계에서 종횡무진 활약해 온 여동생의 승진을 염두에 두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김 제1부부장은 지난해 3월 첫 대남 비난 담화를 낸 것을 시작으로,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철거를 지시하는 등 그 어느 때보다 존재감을 과시했었다. 김 위원장으로서는 최대 정치 행사인 당 대회에서 김 제1부부장을 주석단 1열에 배치하며 강화된 정치적 위상을 대내외에 공식화 할 수 있는 것이다. 국가정보원도 김 제1부부장의 당 직책이 이번 당 대회에서 높아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정치국 후보위원에서 위원으로 진입할 수 있다는 의미다.
통일부 전 고위 당국자는 4일 “북한 내 김 제1부부장의 위치는 이미 ‘2인자’”라면서도 “주석단에 앉을 경우 공식적인 정치적 지위가 높아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대진 아주대 통일연구소 교수도 “김 제1부부장이 주석단 1열에 배치된다면 정치국 위원이 된 것으로 봐도 될 것 같다”며 “김 위원장이 가장 신뢰하는 것은 김 제1부부장이라는 사실을 또 한번 확인해 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제1부부장이 정치국 위원에 오른다면 그야말로 초고속 승진이다. 2014년 11월 당 중앙위 부부장으로 시작해 7년 만에 국가 권력의 중심인 정치국 위원직을 꿰찬 것이기 때문이다. 김 제1부부장과 자주 비교되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여동생 김경희 전 당 비서는 1975년 당 국제부 1과 과장으로 정치행보를 시작해 35년이 지난 2010년 9월에야 정치국 위원이 됐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