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트럼프 때문에 상원까지 뺏길라”…대선 뒤집기 압력전화 후폭풍

입력 2021-01-05 09:20
5일 조지아주 상원 결선투표…상원, 다수당 결정
트럼프, 조지아주 장관에 “내 표 찾아라” 압력 전화
공화당, 트럼프 때문에 공화당 결선투표 패배 우려
“부정선거 부추겨”…조지아주 검찰, 트럼프 조사 방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전화통화를 하는 자료사진. AP뉴시스

5일(현지시간) 실시될 미국 조지아주 연방 상원의원 결선투표를 앞두고 트럼프 변수가 급부상했다.

이번 조지아주 상원의원 결선투표엔 달랑 2석이 걸렸다. 하지만 미국 상원은 물론 미국 정치권의 권력 지형도를 결정할 중대한 선거다.

이런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자신이 조지아주에서 패배했던 결과를 뒤집기 위해 조지아주 국무장관에게 압력 전화를 했다는 논란이 터져 나왔다.

AP통신은 “공화당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문제에 집중하면서 2명의 공화당 후보들이 모두 패배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고 4일 보도했다. 공화당 내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돌출 행동으로 백악관은 물론 상·하원 모두 민주당에 뺏기는 것이 아니냐는 한숨소리가 커지는 상황이다.

트럼프, 조지아주 장관에 “내 표 되찾아라” 압력 전화

이번 조지아주 결선투표는 공화당·민주당 모두에게 매우 중요하다. 이번 선거를 통해 상원 다수당이 결정된다. 공화당 입장에선 상원을 차지해야 바이든 행정부를 견제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게 된다.

반면, 민주당은 조 바이든 당선인의 대선 승리로 백악관을 탈환한 상황에서 하원을 장악했다. 민주당은 상원마저 탈환해 백악관·상·하원을 모두 장악하겠다는 거대한 꿈을 꾸고 있다.

이렇게 중대한 선거 직전에 트럼프 대통령이 자초한 악재가 발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브래드 래펜스퍼거 조지아주 국무장관과의 전화통화에서 “1만 1780표를 되찾길 바란다”고 압력을 가했던 통화 내용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조지아주에서 바이든 당선인에게 1만 7779표 차이로 패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논리는 부정선거로 자신에게 투표한 1만 1780표가 사라졌으니, 이 표들을 다시 찾으면 조지아주의 대선 결과를 뒤집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반복해 “내가 조지아에서 졌을 리가 없다”면서 “우리는 수십만 표 차이로 이겼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브래드 래펜스퍼거 조지아주 국무장관에게 “그것은 형사 범죄다”면서 “그것은 당신에게 큰 위협”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형사책임 대상이 될 것이라고 위협한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는 보도했다.

통화는 지난 2일 이뤄졌고, WP는 트럼프 대통령과 래펜스퍼거 장관 간의 통화 녹취록을 3일 보도했다.

공화당, ‘악재’ 전전긍긍…조지아 검찰, 트럼프 조사 방침

트럼프 대통령이 압력을 가한 곳이 결선투표가 실시될 조지아주라 파장은 더욱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부적절한 통화 내용은 결선투표 직전에 돌발 대형 이슈로 떠올랐다.

공화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부적절한 처신이 결선투표에 악영향을 미치지나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상황이다. 공화당 소속인 제프 던컨 조지아주 부주지사는 “전화통화는 조지아 공화당 지지층의 투표율을 끌어올리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면서 “이기기 위한 해결책이 아니다”라고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했다.

파장은 점점 커지고 있다. 조지아주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조사를 요구하고 나섰고, 지방검사는 조사에 들어갈 것임을 밝혔기 때문이다.

데이비드 월리 조지아주 선관위 위원은 “부정선거를 부추기는 것은 범죄”라며 “표를 바꾸라고 국무장관에게 요청하는 것은 부정선거의 교과서적인 정의”라고 주장했다.

패니 윌리스 조지아주 풀턴 카운티 지방검사는 성명을 내고 “지방검사로서 두려움이나 호의 없이 법을 집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윌리스 검사는 이어 “관할구역에서 조지아 법률을 위반한 사람이 있다면 누구든지 그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주 국무부의) 조사가 끝나면 이 문제는 사실과 법에 근거해 우리 (검찰) 사무실에서 다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의 하원의원들은 크리스토퍼 레이 연방수사국(FBI) 국장에게 서한을 보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촉구했다. 민주당 내에선 “탄핵당할 사안”이라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