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충제 이버멕틴(ivermectin)이 코로나19 치사율을 최대 80%까지 낮추는 효과가 있다는 임상시험 결과가 나왔다.
이집트 아르헨티나 방글라데시 등 개발도상국에서 코로나19 환자 총 14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11건의 임상시험에서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영국 데일리메일 인터넷판이 4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영국 리버풀대학의 바이러스 전문학자 앤드루 힐 박사가 전체 임상시험 자료를 종합 분석한 결과 이버멕틴이 투여된 환자 573명 중에서 8명, 위약이 투여된 환자 510명 중에서는 44명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버멕틴은 또 환자의 몸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제거되는 데 걸리는 시간도 크게 단축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힐 박사는 밝혔다.
이버멕틴은 1970년대에 개발된 구충제로 머릿니, 옴 같은 기생충 감염 치료에 널리 쓰이는 값싼 약이다. 이버멕틴을 코로나19 치료제로 연구하고 있는 과학자들은 이 약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생명 주기를 방해하는 것으로 믿고 있다.
이집트에서 증상이 경증인 환자 2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임상시험에서 이버멕틴이 투여된 100명은 5일 안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사라진 반면 위약이 투여된 100명은 바이러스가 사라지는 데 10일이 걸렸다.
중증 환자 2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임상시험에서는 바이러스가 사라지는 데 걸린 시간이 이버멕틴이 투여된 100명은 6일, 위약이 투여된 100명은 12일로 나타났다. 방글라데시에서 진행된 임상시험에서도 이와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임상시험에서 사용된 이버멕틴의 용량은 대부분 0.2~0.6㎎/㎏이었으나 12㎎의 고용량이 투여된 임상시험도 한 건 있었다. 이 임상시험들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의뢰한 것으로 주로 개발도상국에서 진행됐다.
총 7100명의 코로나19 환자가 참여하고 있는 다른 이버멕틴 임상시험 결과들도 앞으로 몇 달 사이에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의학계 일각에서는 임상시험이 대부분 참가자 수가 적고 디자인이 어설프고 사용된 이버멕틴 용량이 제각각인데다 다른 약과 병행 투여된 경우도 있다면서 이 결과에 의문을 표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 치료의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가 효과가 없는 것으로 판명된 말라리아 치료제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의 전철을 이버멕틴이 따르지 않을까 우려하는 전문가도 적지 않다.
이버멕틴의 부작용은 다리 부종, 변비, 눈 염증 등이었다. 이버멕틴은 다른 약과 병용했을 때 급격한 혈압 강하, 간 손상, 구토, 설사, 복통, 현기증 등을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