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란에 “한국 유조선 억류 즉시 풀어라”…한국 요구 동참

입력 2021-01-05 06:47 수정 2021-01-05 07:01
미국 국무부 “이란, 제재 완화 위해 항행 자유 위협”
“미국, 즉각 억류해제 요구하는 한국 정부에 동참”
미국까지 가세…이란, 어떤 조치 내놓을지 주목
이란, 환경오염 주장…선박 측 “그런 일 없다”

한국 국적의 유조선이 4일(현지시간) 걸프 해역(페르시아만)에서 이란 혁명수비대의 소형 함정들에 의해 나포되는 장면을 이란 반관영 타스님 뉴스가 촬영했다. AP뉴시스

미국 국무부는 4일(현지시간) 이란이 한국 국적 유조선을 억류한 데 대해 즉각적인 억류 해제를 요구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미국 국무부는 “이란 정권은 국제 사회로부터 대(對) 이란 경제 제재의 완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명백한 시도의 일환으로 페르시아만에서 항행의 권리와 자유에 대한 위협을 계속적으로 가하고 있다”면서 “미국은 이란에 한국 유조선을 즉각적으로 억류를 해제할 것을 촉구하는 한국 정부의 요구에 동참한다”고 밝혔다. 미국 국무부의 이번 성명은 대변인 명의로 발표됐다.

미국까지 가세해 이란에 한국 유조선의 즉각적인 억류 해제를 요구함에 따라 이란 정부가 어떤 조치를 취할지에 더욱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이다.

앞서 이란 혁명수비대는 4일 오전 10시쯤(이란 현지시간) 걸프 해역(페르시아만)에서 한국 국적 선박 ‘한국케미’를 나포했다고 발표했다.

혁명수비대는 이어 “한국케미호에는 7200t의 화학 물질이 실려 있었다”면서 “한국케미호는 남부 반다르아바스 항에 억류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란 외무부는 “지방 당국의 초기 보고에 따르면 이 사안은 완전히 기술적인 것”이라며 “해당 선박은 해양 오염에 대해 조사하라는 법원의 명령에 따라 조치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란 반관영 타스님 뉴스는 호르모즈간 해양기구 부소장을 인용해 “한국케미가 그레이터 툰브 섬에서 11마일(17.6㎞) 떨어진 해역에서 대규모 해양 오염을 일으켰다”고 주장했다. 또 혁명수비대가 나포 전 경고했음에도 항행을 계속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한국케미의 선사인 디엠쉽핑은 환경오염을 일으키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디엠쉽핑 관계자는 “해양 오염을 할 이유는 전혀 없다”면서 “주변에 배가 엄청나게 많아 만약 해양오염을 했다면 벌써 신고가 들어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해양 오염이 안 되는 이유는 매년 한 번씩 검사를 받고 있고 외부 충격이 없으면 (오염 가능성이) 희박하다”면서 “3개월 전에 정밀 검사를 했고, 물을 버리는 것도 미생물을 걸러서 버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환경 오염이든, 뭐든 다 뒤지겠지만 하루 이내로 풀려날 수 있다고 본다”면서 “자기들 말대로 환경오염이 아닌 것으로 밝혀진다면 (나포) 명분이 없지 않겠나”라고 기대했다.

디엠쉽핑은 한국케미가 3일 오전 3시 30분쯤 메탄올 등 3종류의 화학물질을 실은 채 사우디아라비아 주발리에서 출항해 아랍에미리트(UAE)의 푸자이라로 향하던 중 나포됐다고 밝혔다. 한국케미에는 선장 등 한국 선원 5명을 포함해 미얀마인 11명, 인도네시아인 2명, 베트남인 2명 등 모두 20명이 승선한 상황이다.

우리 정부는 이란에 한국케미호와 선원의 즉각적인 억류 해제를 요청하고 청해부대 소속 최영함을 호르무즈 해협 인근으로 긴급 출동시켰다. 오만의 무스카트항 남쪽 해역에서 작전 수행 중이던 최영함은 5일 오전 작전 해상에 도착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걸프 해역의 입구인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약 3분의 1이 지나는 전략적 요충지다. 이란은 미국과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때마다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위협했고, 여러 차례 유조선 등 선박을 나포한 바 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