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천구에서 숨진 16개월 입양아 ‘정인이 사건’과 관련해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받는 입양모에게 엄벌을 요구하는 진정서가 새해 첫 평일 하루 동안 150건 이상 접수됐다. 이전 것까지 모두 합치면 500여건이 넘는 탄원서가 담당 재판부에 제출되는 등 공분이 확산하고 있다.
5일 법원에 따르면 입양모 장모씨의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치사) 혐의를 심리하는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신혁재)에 접수된 진정서는 전날 오후 5시 기준으로 532건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여기에는 ‘강력 처벌 진정서’ ‘엄벌 진정서’ ‘엄벌 탄원서’ 등이 포함됐다.
지난달 31일까지 접수된 진정서가 총 386건이었는데, 지난 4일 하루 동안에만 149건(오후 5시 기준)이 추가로 접수됐다.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진정 독려 캠페인 등이 벌어지고 있어, 앞으로도 재판부에 진정서가 계속 접수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대아협)는 홈페이지에 관련 글을 게재하고 “진정서는 재판 내내 들어가도 된다”면서 “선고일 10일 전까지만 들어가면 되니 앞으로 몇 달간은 계속 보내도 된다”고 전했다.
연예인들도 마음으로 모으고 있다. 배우 이윤지는 인스타그램에 “정인아, 미안하다. 사죄한다”며 “진정서 제출하려고 한다. 만장이 모여야 한다”고 전했다. 래퍼 사이먼 도미닉(쌈디)도 인스타그램에 진정서를 제출했다며 인증사진을 올렸다.
개그맨 김원효도 인스타그램에 “여자 남자 엄마 아빠 청소년 청년 어른 아이 국적 상관없이 써봅시다”라며 진정서 제출 참여를 독려했다. 드라마 ‘펜트하우스’에 출연 중인 배우 박은석은 정인이 사건 관련 장문의 추모글을 올리면서 “진정서 제출, 한 시간만 투자해 꼭 제출해주시길 바란다”고 독려했다.
정인이 사건에 대한 국민적 공분은 아이가 사망하기 전에 3차례 아동학대 의심 신고가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작됐다. 서울 양천경찰서 경찰관들은 지난해 5월 25일, 6월 29일, 9월 23일에 정인이 입양 부모에 대한 학대 의심 신고를 받고도 부실 처리한 의혹으로 ‘주의’나 ‘경고’ 등 징계를 받았다.
대아협은 양천서에 항의 서한을 전달하는 등 부실수사에 대한 책임을 주장해 왔다. 사건이 검찰로 넘어가 장씨가 아동학대치사로 기소된 이후에는 ‘살인죄’ 적용을 요청하는 청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그 사이 장씨에게 엄벌을 요청하는 2건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글이 청와대 답변 정족수인 20만 동의를 넘기도 하는 등 온·오프라인에서 국민적 분노가 이어졌다.
지난 2일에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관련 내용을 다루고, 대아협 등이 ‘정인아 미안해’ 챌린지를 제안하는 등 추모 분위기가 더 거세졌다. 검찰은 사안을 엄중하게 보고, 지난달 전문 부검의 3명에게 정인이 진료 사진이나 증거 사진 등을 토대로 하는 재감정을 의뢰하기도 했다.
검찰은 장씨에게 아동학대치사와 유기·방임죄 등을 적용해 구속 기소했다. 검찰이 장씨를 살인죄로 추가로 기소할지는 미지수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