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멈춰 세운 경제가 올해엔 회복될 거라는 장밋빛 전망이 제기된다. 하지만 정확한 회복 시기를 특정하기는 쉽지 않다. 외환·금융위기와는 문제의 출발선이 다르다는 점이 예상을 어렵게 만든다. 다만 한국 경제의 중추인 제조업의 ‘월별 전력 사용량’ 추이를 보면 금융위기 때와 유사한 흐름이 보인다. 당시 위기 발생 시점부터 9개월이 지난 뒤 제조업 전력 사용량이 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다. 흐름대로라면 제조업만큼은 상반기 중 회복기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외환·금융위기 제조업 전력 사용량 추이 봤더니
제조업 전력 사용량 추이가 경제 위기와 흐름을 같이 했다는 점이 분석에 힘을 싣는다. 국민일보가 4일 한국전력통계를 분석한 결과 외환위기가 본격화한 1997년 12월을 기점으로 제조업 전력 사용량은 급감했다. 1998년 1월 제조업 전력 사용량은 위기 이전인 전년 동월과 비교해 6.9% 감소한 뒤 매월 감소세를 이어갔다. 1999년 4월에 이르러서야 위기 이전인 1997년 4월과 비교해 1.1% 늘었고 이후 꾸준히 증가세를 보였다. 16개월 만에 제조업이 위기 이전만큼 가동하기 시작한 것이다.금융위기는 회복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았다. 금융위기 영향이 본격화한 2008년 11월을 기점으로 제조업 전력 사용량이 급감했다. 위기 발생 이전인 2007년 11월 대비 4.4% 감소한 후 이듬해 7월까지 불안정한 흐름이 지속됐다. 상황이 호전된 것은 위기 발생 시점부터 9개월 후인 2009년 8월부터다. 위기 이전인 전년 동월보다 제조업 전력 사용량이 1.1% 상승한 뒤 증가세가 이어졌다.
코로나19, 금융위기 때랑 흐름 유사
코로나19의 경우 아직 월별 통계 자료가 부족하지만 저점은 찍은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2월을 기점으로 3개월 후인 지난해 5월 감소폭이 가장 컸다. 전년 동월 대비 10.9% 급감했다. 이후로는 감소폭이 둔화되는 추세다. 금융위기의 경우 위기 발생 시점부터 2개월 후 저점을 찍은 뒤 감소폭이 줄어들었다. 당시 수준으로 제조업이 회복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흐름 자체는 유사하다.다만 제조업이 회복된다고 해도 경제 전반에 온기가 돌기는 어려워 보인다. 고용의 경우 제조업보다 배 정도 시간이 걸린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발간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고용이 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는 데 외환위기는 31개월, 금융위기는 16개월 걸렸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 위기의 특성 상 제조업 회복이 과거처럼 서비스업 회복으로 이어질 지도 미지수다. 철저한 방역이 동반돼야 한다는 지적도 그래서 나온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