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과 협의, 좋은 인사 하겠다”… 檢 인사에 쏠린 눈

입력 2021-01-04 17:59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사의 표명, 윤석열 검찰총장의 직무 복귀,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 지명으로 법무부와 검찰 간 갈등이 일단락한 상황에서 법조계의 시선은 검찰 인사에 쏠리고 있다. 박 후보자가 “검찰총장과 협의해 좋은 인사를 하겠다”고 밝히면서 지난해와 같은 노골적인 ‘코드 인사’가 사라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우선 엿보인다. 다만 그간 갈등과 혼란에 일조한 것으로 지목받는 이들의 행선지를 본 연후에야 검찰 인사가 달라졌는지 여부를 평가할 수 있다는 기류도 있다.

지난 1년간 굳어졌던 ‘총장 패싱’의 인사 관행은 바로잡힐 것으로 보인다. 박 후보자는 4일 서울고검에서 “검사 인사권자는 대통령이고, 법무부 장관은 제청권자이며, 검찰총장과 (인사를) 협의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월과 8월 있었던 검찰 고위·중간간부 인사에서 윤 총장의 의견은 사실상 묵살됐었다. 추 장관이 인사위원회 30분 전에 윤 총장을 호출하고 윤 총장이 응하지 않은 일은 ‘항명’과 ‘검찰청법 위반’ 논란을 낳았었다.

총장과의 협의를 언급한 박 후보자는 “(임명된다면) 정말로 좋은 인사를 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도 했다. 검찰은 일단 박 후보자가 ‘검찰총장 힘빼기’ ‘친정권 코드 인사’라는 기존 관행과의 차별화를 선언했다고 해석하는 편이다. 검찰의 한 고위 관계자는 “후보자가 ‘법심(法心)을 경청하겠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검찰을 때려 인기를 얻겠다는 전략은 1년간 실패했다”고 말했다.

법조계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비리 등 ‘살아 있는 권력’ 수사를 했다가 지난해 좌천당한 인사들의 복귀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이었다가 지방으로 옮겨지고 또다시 직무배제 조치와 함께 법무연수원으로 이동한 한동훈 검사장이 대표적이다. 여권이 한 검사장의 직무 복귀를 검토한다는 언론 보도는 큰 관심을 끌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일신이 아닌 조직을 위하는 쓴소리를 하다 인사 불이익을 받은 검사들이 중간간부급에도 많았다”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지난 1년간 문제성 처신을 한 이들이 ‘요직’에 간다면 검찰 인사를 높이 평가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윤 총장이 우려했던 대전지검 수사팀의 공중분해 가능성은 ‘인사 협의’를 가늠할 만한 바로미터다.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 사건 수사를 벌이는 대전지검 수뇌부가 교체된다면 이번에도 윤 총장의 의견이 묵살된 셈이고, 검찰 인사를 높이 평가할 수 없을 것이라는 시각이 대두된다. 다만 이두봉 대전지검장의 경우 부임 1년이 됐다는 점에서 일단 교체 대상이긴 하다는 논리도 맞선다. 검찰 내부에서는 “어떤 사건을 맡았든 검사장은 1년 뒤 인사이동이 원칙”이라며 “본인의 의향이 어떠한지, 만일 교체된다면 후임자가 누구인지가 중요하다”는 말이 나온다.

검찰 인사가 지난해와 구별된다면 변화보다 안정을 추구하는 방향일 것이라는 해석도 많다. 신규 검사장의 승진 폭은 넓지 못할 것이며, 윤 총장과 동기인 사법연수원 23기들의 역할이 보다 중요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이 대목에서 나온다. 박 후보자가 장관에 임명되면 법무부 장·차관, 검찰총장과 고검장 다수가 23기 동기들로 구성된다. 이들 23기에게 거취를 압박하는 인사를 단행하기보다는, 적어도 윤 총장의 임기가 만료되는 7월까지 안정적 토대 구축의 역할을 맡길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경원 구승은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