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접종 연기·투여량 반토막’…한국도 가야할 길?

입력 2021-01-04 17:56
지난해 12월 31일(현지시간) 미국 웨스트버지니아주 웨인 카운티에 설치된 '드라이브 스루' 코로나19 백신 접종소에서 한 간호사가 백신 접종을 준비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코로나19 백신을 맞기 시작한 지 3∼4주 차에 접어든 미국과 영국이 접종 속도를 더 높이기 위해 애초 계획을 변경하는 방안을 저울질하고 있다. 2회차 접종 시기를 크게 늦추거나 투여량을 절반으로 줄여 최대한 많은 이들에게 백신을 맞힌다는 복안이다.

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양국의 이러한 움직임을 전하며 백신 효력에 미치는 영향이 명확히 파악되지 않았고, 급작스러운 계획 수정으로 백신에 대한 불신이 악화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미국 백신 개발 프로그램인 ‘초고속 작전’의 몬세프 슬라위 최고 책임자는 이날 모더나 백신 용량을 반으로 줄여 투여하는 방안을 연구 중이라고 밝혔다. 18∼55세 성인을 대상으로 한 모더나 백신 임상 시험에서 50㎍(마이크로그램·100만분의 1g) 용량의 백신을 2회 접종한 사람들이 적정 투여량으로 알려진 100㎍을 2회 맞은 사람과 같은 면역 반응을 보였다는 게 근거다.

그는 식품의약국(FDA), 모더나와 함께 이러한 계획을 논의 중이며 실제 시행 여부는 FDA에 달려있다고 했다.


지난해 12월 30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델레이비치의 한 요양원에서 한 간호사가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준비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하지만 전문가들은 ‘반토막 투여’의 효능을 장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백신 전문가인 존 무어 코넬대 박사는 “‘반토막 접종’이 모든 백신에서 효과를 내는 건 아니다”라면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 아니라면 구태여 하고 싶은 일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생물통계학자인 나탈리 딘 플로리다대 박사도 “이런 투여 방식은 임상 시험에서 철저하게 검증받은 게 아니다”라고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딘 박사는 특히 “(투여 방식을)어설프게 손 보는 모습을 보이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의 신뢰는 훼손될 것”이라며 백신에 대한 불신을 키울 수 있다고 꼬집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한 영국에서는 1회차 접종 후 2회차 접종까지 기간을 늘리는 문제가 화두다. 앞서 영국 정부는 지난해 12월 30일 백신의 1, 2회차 접종 간격을 기존 3∼4주에서 12주로 늘린다고 발표했다.

코로나19 백신은 1회차 접종 3∼4주 뒤 효능과 지속력을 더 높이기 위해 2회차분(booster shot)을 맞는 게 일반적이다.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효력 수치도 3주 간격으로 접종했을 때를 기준으로 나온 것이다.

영국은 2회차 접종을 늦추면서 최대한 많은 이들에게 1회차 접종부터 시작하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백신을 한 번만 맞아도 일정 기간 효능이 나타나는 만큼 코로나19 확산세를 더 효율적으로 막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지난해 12월 30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시민들이 런던 브리지 인근에 마련된 코로나19 백신 접종소 앞에 줄지어 서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29일 경기도 평택 캠프 험프리스 내 브라이언 올굿 병원에서 주한미군 장병들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받고 있다. 주한미군 제공

그러나 미국 전문가들은 이런 전략에도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2회차 접종을 늦추는 동안 백신의 효력이 유지된다는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게 주된 이유다. 감염병 전문가인 필리스 티엔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 박사는 “강력한 데이터의 뒷받침 없이 접종을 지연하는 건 오지로 들어가는 것과 다름없다”면서 “확립된 증거가 가리키는 대로 화이자 백신은 21일 간격으로, 모더나 백신은 28일 간격으로 맞아야 할 것”이라고 일축했다.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 소장도 “이에 대해 찬성하지 않겠다. 우리는 지금까지 하던 대로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더해 2회차 접종을 늦추는 것이 실제 접종률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은 안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백신 접종이 계획보다 지지부진한 근본 원인은 유통 지연, 인력 부족 등 물류 상황에 있기 때문이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