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선물도 건강·프리미엄이 대세…마스크·손소독제는 “이제 그만”

입력 2021-01-05 00:05
현대백화점 설 선물세트 예약판매. 현대백화점 제공

지난해와 달리 올해 설 명절은 ‘비대면 설날’이 될 전망이다. 지난해 추석 때 비대면 명절을 한 번 겪어봤던 만큼 유통업계는 설 선물세트 예약판매도 앞당겨 진행하며 비대면 설날 준비에 일찌감치 나섰다. 다만 개인위생·방역이 일상화된 탓인지 지난 추석 때 크게 주목 받았던 ‘위생세트’에 대한 주목도는 한풀 꺾이는 등 변화도 나타났다.

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대형마트, 백화점 등에서 본격적인 설 선물세트 사전예약 판매가 시작됐다. 대형마트들은 크리스마스 전후로 사전예약을 시작했고, 대부분의 백화점들은 이날부터 진행했다. 지난 추석과 마찬가지로 올 설도 선물만 보내는 등 비대면으로 지내게 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유통업체는 온라인 전용상품을 늘리거나 선물서비스 기능을 강화했다. 일례로 현대백화점은 ‘더현대닷컴 선물서비스’를 통해 한 번의 결제로 여러 명에 보낼 수 있는 기능과 배송 현황을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새롭게 선보였다.

이번 명절 선물세트도 지난 추석과 비슷하게 ‘건강’과 ‘프리미엄’이 핵심 키워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로 높아진 건강에 대한 관심과 직접 얼굴을 보고 안부를 전하지 못하는 미안한 마음을 프리미엄 상품을 전해주며 대신하는 트렌드가 이번에도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이에 업계는 관련 선물세트의 물량을 늘리며 수요에 대응했다. 예컨대 이마트는 건강식품 사전예약 선물세트 품목 수를 지난해 설 14종에서 올 설 57종으로 대폭 늘렸고, 홈플러스는 축산 선물세트의 프리미엄 상품군을 더욱 강화해 ‘명품명선 소고기 선물세트 3종’을 선보였다.

이외에도 늘어난 ‘홈술족’을 겨냥한 와인 선물세트나 술안주로 적합한 햄, 치즈 등의 선물세트도 등장했다. 갤러리아백화점은 이번 설 선물세트에 한정판이나 대용량 술, 우수 평가를 획득한 와인 등으로 주류 선물세트 품목을 다양화했다고 밝혔다. 홈플러스는 홈술족을 위한 ‘프리미엄 햄·치즈 선물세트’ 3종을 출시했다.

지난해 추석 홈플러스에서 판매했던 건강, 위생 선물세트. 홈플러스 제공

한편 개인위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주목을 받았던 마스크, 손소독제 등으로 구성된 위생세트는 핵심 키워드에서 밀려난 모양새다. 대부분의 유통업체는 이번 설 선물세트에서 위생세트의 물량을 지난 추석과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분위기는 지난해 12월 비대면 알바채용 면접서비스 알바콜이 진행한 ‘크리스마스 선물 호불호’ 설문조사 결과를 통해 이유를 짐작해볼 수 있다. 해당 조사에선 받고 싶지 않은 선물 1위로 ‘마스크 및 손세정제 등 방역용품’이 1위(16.4%)에 올랐다. 어느 때보다도 방역용품의 중요성이 강조된 한 해였지만 1년 가까이 마스크, 손 소독제 등 방역용품을 직접 구매하거나 선물로 주고받으며 집에 방역용품이 쌓인 데 따른 피로감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전보다 마스크 등 방역용품 구매가 쉬워진 것도 한몫을 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지난 추석에 위생세트가 잘 팔릴 것으로 예상됐었지만 생각만큼 폭발적인 반응은 없었다”며 “모 생필품 제작 기업은 기존에 제작해뒀던 선물세트 외에 추가 제작 계획이 없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