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 경쟁’ 선언한 안철수…시민경선에는 “열려 있다”

입력 2021-01-04 16:50 수정 2021-01-04 17:00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왼쪽)가 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권을 달리고 있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비전 경쟁’을 선언하고 나섰다. 지난달 31일 코로나19 방역 대책에 이어 4일에는 아동학대 방지 대책을 내놓는 등 각종 여론 이슈를 선점하고 있다. 국민의힘과의 경선에 대해선 ‘열린 마음’으로 논의하겠다며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안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아동학대로 생후 16개월 만에 숨을 거둔 ‘정인이 사건’을 언급하며 “치밀하지 못한 서울시 행정이 악을 방치하고 키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제가 시정을 맡게 된다면”이라는 단서를 단 뒤 아동학대 감지·신고 매뉴얼 구축, 아동 분리 시 전문가 판단 우선 등 구체적인 아동학대 방지 공약을 제시했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며 ‘안철수표’ 부동산 정책도 조만간 발표하겠다고도 했다.

지난달 20일 일찌감치 출마선언을 한만큼 각종 이슈에 선명한 대안을 제시하는 등 한발 앞선 모습이다. 국민의힘 내 유력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꼽히는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제안한 시민 경선에 대해서도 안 대표는 “열린 마음으로 논의하자”며 “서울시장 선거에 나설 의향이 있는 후보군이 앞으로 서울을 어떻게 만들지 비전과 정책 경쟁을 먼저 하자는 제안을 한 바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런 안 대표를 바라보는 국민의힘 내 셈법은 복잡해지고 있다. 안 대표로 후보 단일화를 할 경우 제1야당의 입지가 쪼그라들 우려가 있고, 당 내에선 국민의힘 소속 후보를 일단 뽑아놓으면 안 대표를 누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는 상황이다. 나 전 원내대표는 이날 YTN라디오에서 “안 대표와 단일화를 끝까지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많다”며 견제구를 날렸다.

다만 나 전 원내대표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국민의힘 중진들로부터 선뜻 출마 선언은 나오지 않고 있다. 안 대표의 이른 출마 선언으로 ‘꼭 이겨야 할 후보를 내자’는 추대 목소리가 약해졌기 때문이다. 나 전 원내대표는 “미투 사건으로 시작된 서울시장 선거에 여성 후보들이 많은 관심을 받았는데 더 깊이 고심해 보겠다”고만 밝혔다. 오 전 시장도 여전히 출마를 저울질 중이다.

만에 하나 안 대표의 단일화 거부로 야권 표 분산이 이뤄지면 야당은 최악의 선거를 치를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변수로 남아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국민의힘 대표로 있는 사람으로서 국민의힘에서 가장 당선 가능성 있는 후보를 만드는 게 내 책무”라고 설명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