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권을 달리고 있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비전 경쟁’을 선언하고 나섰다. 지난달 31일 코로나19 방역 대책에 이어 4일에는 아동학대 방지 대책을 내놓는 등 각종 여론 이슈를 선점하고 있다. 국민의힘과의 경선에 대해선 ‘열린 마음’으로 논의하겠다며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안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아동학대로 생후 16개월 만에 숨을 거둔 ‘정인이 사건’을 언급하며 “치밀하지 못한 서울시 행정이 악을 방치하고 키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제가 시정을 맡게 된다면”이라는 단서를 단 뒤 아동학대 감지·신고 매뉴얼 구축, 아동 분리 시 전문가 판단 우선 등 구체적인 아동학대 방지 공약을 제시했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며 ‘안철수표’ 부동산 정책도 조만간 발표하겠다고도 했다.
지난달 20일 일찌감치 출마선언을 한만큼 각종 이슈에 선명한 대안을 제시하는 등 한발 앞선 모습이다. 국민의힘 내 유력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꼽히는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제안한 시민 경선에 대해서도 안 대표는 “열린 마음으로 논의하자”며 “서울시장 선거에 나설 의향이 있는 후보군이 앞으로 서울을 어떻게 만들지 비전과 정책 경쟁을 먼저 하자는 제안을 한 바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런 안 대표를 바라보는 국민의힘 내 셈법은 복잡해지고 있다. 안 대표로 후보 단일화를 할 경우 제1야당의 입지가 쪼그라들 우려가 있고, 당 내에선 국민의힘 소속 후보를 일단 뽑아놓으면 안 대표를 누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는 상황이다. 나 전 원내대표는 이날 YTN라디오에서 “안 대표와 단일화를 끝까지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많다”며 견제구를 날렸다.
다만 나 전 원내대표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국민의힘 중진들로부터 선뜻 출마 선언은 나오지 않고 있다. 안 대표의 이른 출마 선언으로 ‘꼭 이겨야 할 후보를 내자’는 추대 목소리가 약해졌기 때문이다. 나 전 원내대표는 “미투 사건으로 시작된 서울시장 선거에 여성 후보들이 많은 관심을 받았는데 더 깊이 고심해 보겠다”고만 밝혔다. 오 전 시장도 여전히 출마를 저울질 중이다.
만에 하나 안 대표의 단일화 거부로 야권 표 분산이 이뤄지면 야당은 최악의 선거를 치를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변수로 남아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국민의힘 대표로 있는 사람으로서 국민의힘에서 가장 당선 가능성 있는 후보를 만드는 게 내 책무”라고 설명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