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론 후폭풍’ 확산에…민생입법 각잡고 나선 민주당

입력 2021-01-04 16:41

더불어민주당이 이낙연 대표의 ‘전직 대통령 사면론’ 언급으로 흔들리는 여권 핵심 지지층의 여론을 다잡기 위해 민생입법 추진과 사회적 약자 챙기기에 나섰다. 코로나19 방역과 3차 재난지원금 지급,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 주요 과제 해결에 집중하며 반발 여론의 진화를 유도한다는 것이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4일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회 양극화 문제 등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분야들이 많다”며 “이러한 민생 분야의 입법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새해는 코로나19 상처를 회복하고, 새롭게 출발하는 회복과 출발의 해로 만들겠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장기화로 덜 가진 사람, 더 낮은 곳에 있는 국민이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다”며 “고통을 당하는 국민의 삶을 세심히 배려하고 신속하게 도와드리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회의 내내 사면론은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사면론은) 추가로 할 얘기가 없다”고 말을 아꼈다.

민주당은 사면론에 대한 당원들의 반발이 예상보다 거세자 ‘정치적 통합’ 대신 ‘사회적 약자 통합’에 우선순위를 두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법원 상고심 선고(14일)와 문재인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까지 여론 추이를 지켜본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가 정무실장으로 임명한 김영배 민주당 의원도 라디오에서 “사면 논의가 어지럽게 진행되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며 “국민 통합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논의되도록 좀 더 단단하게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같은 기류에 따라 중대재해법과 4·3특별법, 생활물류서비스법 등 각종 민생법안을 오는 8일 임시국회 회기 내 처리할 방침이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민생법안 처리를 위해 본회의를 열도록 야당의 결정을 요청 드린다”며 “시급한 민생법안 처리로 올해 국회가 시작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노웅래 최고위원도 양부모 학대로 생후 16개월 만에 숨진 ‘정인이 사건’을 언급하며 “아동학대와 음주운전, 산재 사망에 대한 ‘무관용 3법’을 입법하겠다”고 밝혔다.

당 일각에선 이 대표를 엄호하는 목소리가 고개를 들었다. 4월 서울·부산시장 보선을 앞두고 사면론 논란의 연착륙 필요성이 부각되면서다. 설훈 의원은 “당원들이 굉장히 격앙돼 있는데, 이 상황을 냉정하게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서울시장 출마에 나선 우상호 의원도 “국무총리까지 하신 국가 지도자(이 대표)가 국민통합 수단을 고민했던 순수성은 믿고 싶다”고 말했다. 정청래 의원은 페이스북에 “(당원들이) 홧김에 ‘모든 것을 끝장내자’고 결정하는 일은 잠시 미뤄두면 좋겠다”며 “감정은 잠시 내려놓고 하나가 돼 싸울 길을 찾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