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2일 서울의 한 예식장에서 결혼식을 올린 이모(29·여)씨는 식을 앞두고 축가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다. 대학 동아리 친구들이 축가를 불러주기로 했지만 20명 가까운 인원 모두가 입장하기 어려웠던 탓이다. 지난달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되며 결혼식장에 입장할 수 있는 인원은 50인 미만으로 정해졌다.
이씨는 고민 끝에 친구들에게 “각자 집에서 노래하는 영상을 찍어 보내달라”고 요청해 이를 편집해 제작한 5분짜리 영상을 결혼식 축가로 재생했다. 이씨는 “영상 편집을 하는데 꼬박 3주나 걸렸지만, 영상들을 합치니 실제로 합창하는 것처럼 보여 하객들도 재미있어 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코로나19로 시민들의 일상뿐 아니라 일생에 몇 번 없는 예식과 행사도 예년과 다른 모습으로 변하고 있다. 참석 인원을 최소화하기 위해 주례나 축가 같은 식순을 생략하거나 비대면으로 진행하고, 행사를 아예 집에서 치르는 이들도 있다.
축가, 주례 등을 해줄 사람을 부르기 곤란해 이를 생략하거나 부부가 직접 하는 경우도 있다. 오는 9일 부산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채모(31·여)씨는 식순을 최대한 줄이느라 주례 순서를 없애고 축가도 신랑이 직접 부르기로 했다.
채씨는 “최근 코로나19 위험 때문에 결혼식에 참석하기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아 주례와 축가를 위해 지인을 부르는 게 민폐처럼 느껴졌다”며 “소규모 모임도 부담스러운 시국인데 하객으로 와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심정”이라고 말했다.
지역 간 이동할 때 전세버스 대신 기차를 통째로 예매하는 이들도 있다. 오는 9일 경기도 광명에서 결혼식을 하는 오모(29)씨는 지방에서 상경하는 친척 어르신들을 위해 당일 전세버스를 빌리는 대신 KTX 한 칸을 통째로 예매해 자리를 띄어 앉도록 했다. 오씨는 “밀폐된 전세버스가 코로나19 감염에 취약한데다 고령층이 대부분이라 더 조심스러운데 차마 ‘오지 마시라’고 할 수는 없어 절충안으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해가 바뀌었지만 코로나19 확산세가 여전히 지속되며 이러한 새로운 가족 행사 풍경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방역조치가 계속 연장되는 탓에 아예 참석 인원을 최소로 꾸리는 경우도 있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임모(38)씨는 다음 달 아들의 백일 잔치를 앞두고 있지만 가족 모임을 취소하고 스튜디오에서 아기 사진을 찍는 것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 조치는 당초 지난 3일까지 수도권에서만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정부는 이를 4일 전국으로 확대해 오는 17일까지 시행한다. 임씨는 “‘사적모임 금지 조치’가 계속 연장되는 추세여서 현재의 방역조치도 언제 바뀔지 모르니 차라리 모임을 취소하기로 했다”며 “가족모임을 하려 해도 지방에 계신 양가 부모님까지 모시기 어려워졌다”고 토로했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