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검의 피니셔’ 무고사 “인천과 난 순도 100% ‘찐사랑’”

입력 2021-01-05 06:00
인천 유나이티드 공격수 무고사가 지난해 10월 24일 부산 아이파크와의 경기에서 승리한 뒤 경기장을 찾은 팬들을 향해 환호하고 있다. 인천 유나이티드 제공

“러브! 원헌드레드 퍼센트!”

무고사(28)의 대답은 망설임이 없었다. 최근 계약을 연장한 소속팀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관계를 짧게 표현해달라는 질문에 반사적으로 나온 반응이다. 선수들이 으레 할 ‘서비스용’ 답변으로 여기기엔 말투가 꾸밈없이 맑았다. 시즌을 마치고 고국 몬테네그로에 귀국했다가 돌아온 그는 현재 자택에서 8일까지 자가격리 중이다. 먼저 진행될 팀 훈련에는 격리가 풀린 뒤 합류한다.

무고사는 지난달 25일 크리스마스에 귀국하자마자 인천과 2023년까지 계약을 2년 연장했다. 중국이나 일본, 혹은 리그 내 수위권 팀으로 이적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뜨린 발표였다. 3일 국민일보와 통화한 무고사는 “많은 이야기가 있었지만 인천과의 재계약은 고민할 필요 없이 매우 쉬운 선택이었다”면서 “인천은 내게 두 번째 집이나 마찬가지다. 인천과 내 사이는 특별하다”라고 말했다.

인천 사람 무고사

무고사가 시즌이 끝날 때마다 이적설에 이름이 오르는 건 그만큼 기량이 뛰어나서다. 무고사의 지난 시즌 리그 기록은 24경기 12골 2도움이다. 2경기에 1번 이상 공격포인트를 만들어낸 셈이다. 2018년 데뷔 시즌부터 지난해까지 그의 활약은 시즌 중 부침이 있을지언정 전체적으로 꾸준했다. 리그 최하위권 팀에서 매년 10골 이상을 넣는 건 아무리 뛰어난 선수에게도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지난 시즌 막바지 그의 활약이 없었다면 인천은 다음 시즌 K리그1 참가팀 명단에 없었을지 모른다.

같은 의미로 이번 재계약은 무고사의 선수 경력에 중요하다. 서른 줄을 넘어설 기간까지 계약을 연장한다는 건 그만큼 구단과 끝까지 함께 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라서다. 무고사는 인천에서 선수 생활을 마칠 수도 있느냐는 질문에 “와이 낫(why not·안될 게 뭔가)?”이라고 반문하며 “앞으로 두고 봐야겠지만 가족도 나 자신도 인천에서 행복하다. (계약연장 기간인) 2023년이 지나고 나서도 계속 인천에서 뛸 수도 있다. 아직은 모를 일”이라고 말했다.

무고사는 인천뿐 아니라 K리그에 대해서도 만족한다고 말했다. 그는 “K리그 자체가 (다른 곳에 비해) 매우 좋은 리그”라면서 “매우 우수한 선수가 많고 시스템이나 미디어도 잘 조직됐다. 한국에 더 머무르기로 한 것 역시 고민할 필요가 없는 쉬운 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크리스마스에 발표한 내 재계약 소식이 인천 팬들에게 좋은 선물이 되었다면 좋겠다”면서 “인천에 앞으로 머무를 3년 동안 아이를 더 많이 낳아 키우고 싶다”며 껄껄 웃었다.

“우리는 더 나아질 것”

인천에 입단한 이래 매년 강등 위기를 겪은 무고사에게도 이번 시즌은 어려웠다. 자신도 국가대표팀 일정 등으로 시즌 초반 컨디션 조절이 어려웠고 인천 역시 1부 리그 최다 연패 기록 동률인 8연패를 당했다. 무고사는 “매년 힘들긴 했지만 지난 시즌은 ‘스페셜’하게 힘들었다. 다른 팀들이 승점 14~15점을 쌓는 동안 우리는 달랑 2점밖에 얻지 못했다”며 “우리가 해낼 수 있다고 믿었지만 힘들었던 건 사실”이라고 회상했다.

무고사는 인천의 반등과 함께 살아났다. 특히 강원 FC와의 원정 경기에서 해트트릭으로 3대 2 승리하며 따낸 승점 3점은 인천의 잔류 경쟁에 결정적인 힘이 됐다. 그는 “우리 팀에도, 내 자신감과 컨디션에도 매우 중요했던 경기”라면서 “그 경기 뒤에 내 경기력도 점점 좋아지고 팀도 자신감을 얻으면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다”고 돌이켰다. 이어 “결국 운이 따라주긴 했다. 하지만 운도 그럴만한 자격이 있기에, 경기장과 훈련장에서 최선을 다했기에 따라온 것”이라고 말했다.

무고사는 “다음 시즌에 우리는 분명 나아질 것”이라면서 “상위 5~6팀에 들 수 있을지는 말하기 어렵지만 매 경기 최선을 다하겠다. 몇 위 이상 하겠다고 목표를 세우는 것보다 한 경기씩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다짐했다. 그는 “2018년에 문선민과도 함께 뛰었던 아길라르가 합류해서 너무 기쁘다”면서 “그때 우리 공격은 정말 강했다. 아길라르 같은 선수가 있으면 플레이가 더 쉬워진다”고 말했다.

우리말로 또박또박 말한 ‘파검의 피니셔’

팬들이 지어준 별명을 알고 있냐고 묻자 그는 기다렸다는 듯 “예스, ‘파검의 피니셔’ 아이 노우(나도 안다)!”라고 답했다. 꽤 정확한 우리말 발음이었다. 그는 “다른 리그에서 뛸 때는 별명 같은 건 없었다. ‘스테판’, 아니면 ‘무고사’라고 부르는 게 보통이었다”면서 “인천 팬들이 나를 위해 만든 노래도 알고 있다”며 웃었다. 또 “외국인 선수가 그런 사랑과 응원을 받는 게 쉽지 않다”면서 “고마움을 표현하기 위해 항상 경기에서 최선을 다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리그가 종료된 뒤인 지난해 11월 몬테네그로 대표팀에 소집돼 키프로스와의 경기를 마치고서 아내와 결혼식을 올렸다. 한해 전 결혼 파티를 마치고서 미뤄놨던 식이었다. 그보다 전인 지난해 1월에는 딸을 낳았다. 그러나 아직 가족들이 고국에 머무르고 있어 딸의 생일인 7일에 함께 할 수가 없다. 무고사는 “매일 아내와 딸, 부모님 등 가족과 전화한다”면서 “가족과는 2월은 되어야 볼 수 있을 것 같다. 많이 보고 싶다”고 말했다.

무고사는 인천 팬들을 향한 애정을 인터뷰 사이사이마다 숨김없이 드러냈다. 그는 팬들에게 “다들 건강하게 지내시란 말을 먼저 전하고 싶다”면서 “마지막까지 힘든 순간에도 응원해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매년 그렇지만 경기장에서 만나고 싶다”면서 “최고의 팬인 여러분 앞에서 뛰는 날이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