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이민정책 변화로 미국에도 ‘인구 감소’ 적신호가 켜졌다. 전문가들은 팬데믹이 종식되더라도 미국의 인구 증가율 감소세는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3일(현지시간) “미국의 인구통계가 유럽처럼 변해가고 있다”면서 “이민제한에 코로나19가 더해져 인구 증가율 침체가 가시화됐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이민자 유입이 많고 다른 부유국보다 상대적으로 출산율이 높아 인구 증가율이 크고, ‘젊은 세대’를 잘 유지하는 인구통계학적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새로운 일자리 등을 찾기 위해 이동하는 인구도 많아 이같은 역동성이 유연한 노동력과 경제 활기를 유지하는 데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왔다.
그러나 팬데믹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규제 강화로 이같은 이점은 사라지고 있다. 지난달 중순 미 인구조사국 발표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의 인구는 지난해 처음으로 감소세를 나타냈다. 지난 10년 동안 25만명 가량의 인구가 줄어든 일리노이주도 지난해 7년 연속 인구 감소를 나타냈다. 지난해 1~7월 뉴욕 인구는 전년 대비 0.65%(12만6000여명) 줄었다.
미국의 인구는 ‘간신히’ 증가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지난해 1~7월 미국 인구는 0.35% 늘어 3억2900만명을 기록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1900년 이후 제1차 세계대전 직후에도, 스페인독감 시기에도 이런 저조한 증가세는 없었다”면서 “올해 같은 기간의 경우 더욱 암울한 숫자를 나타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윌리엄 프레이는 “지난해 7월까지 미국의 10년간 인구 증가율은 6.6%에 불과하다”면서 “10년 단위로는 1790년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이라고 말했다.
UC버클리 연구진은 코로나19로 인한 누적 사망자 수가 오는 4월 5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측하면서 코로나19는 미국인의 평균 수명을 1년 이상 단축시킬 것이라고 예상했다. 웨슬리대와 메릴랜드대 연구진은 올해 태어나는 신생아 수가 예상보다 30만명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팬데믹이 종식되면 이같은 상황이 일시적으로 바뀔 수는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 2022~2023년 출생률이 급격히 증가하는 베이비붐이 일 수도 있고, 미국이 이민정책을 완화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오리건주 인구학자 조지프 채미는 “그럼에도 향후 몇 년간 인구 정체는 계속될 것”이라면서 “미국은 점점 더 유럽과 비슷해질 것이다. 출산율은 낮아지고 이민정책은 까다로워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미국 인구 조사국의 인구 예측 시나리오에 따르면 이민정책이 완화될 경우 2060년 미국 인구는 4억4700만명까지 성장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3억2000만명 수준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