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놓인 유통 대기업 롯데와 신세계가 올해를 ‘위기 극복의 기회’로 삼았다. 코로나19 장기화와 유통 환경의 격변을 동시에 맞고 있는 유통 대기업 수장들은 신년사에서 위기 극복과 함께 위기를 기회로 삼는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위기는 언제든 도약이 가능한 때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신동빈 롯데 회장, “벽을 눕혀 도약의 디딤돌로 삼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4일 비대면으로 진행된 시무식에서 ‘강력한 실행력으로 5년 후, 10년 후에도 일하고 싶은 회사를 함께 만들어가자’는 메시지를 임직원에 전했다.
신 회장은 인권운동가 안젤라 데이비스의 ‘벽을 눕히면 다리가 된다’(Walls turned sideways are bridges)는 말을 신년사에서 언급했다. 그는 “눈앞의 벽에 절망할 것이 아니라 함께 벽을 눕혀 도약의 디딤돌로 삼는 한 해를 만들자”고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를 보냈다. 2016년 중국의 사드 보복, 2019년 일본 제품 불매운동,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까지 몇 년에 걸쳐 위태로운 상황에 놓여 있었다.오랫동안 공격적인 투자를 해 왔던 롯데는 위기 상황이 겹치며 지난해 유통 부문에서 강력한 구조조정을 시행하는 등 내실 다지기에 힘쓰고 있다.
신 회장은 “지금까지 우리는 다양한 사업 분야에서 업계를 선도할 정도로 탄탄한 경쟁력을 쌓아왔다고 자부했지만, 유례 없는 상황에 핵심 역량이 제 기능을 발휘했는지 돌아보자”고 제안했다.
신 회장은 위험 요소 대비책을 마련하기 위해 회사가 가진 장점과 역량을 합쳐 시너지를 만들어 달라고도 주문했다. 동시에 경기가 회복 국면으로 접어드는 시기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신 회장은 “경제가 활력을 되찾을 때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된 자세와 경기회복을 주도하겠다는 능동적이고 자발적인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소비자와의 신뢰 관계가 중요해지는 상황에 대한 인식도 분명히 했다. 세계적으로 ESG 경영(환경·사회·지배구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신 회장은 “고객과 사회로부터 받은 신뢰를 소중히 지켜나가며 긴 안목으로 환경과의 조화로운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이기는 한 해를 만들자”
지난해 부진한 점포들을 정리하고 잘하는 분야에 집중하며 반전을 꾀한 신세계그룹에서는 계속되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됐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이날 신년사에서 “‘지지 않는 싸움을 하겠다’는 관성을 버리고 ‘반드시 이기는 한 해’를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정 부회장은 “흑사병이 유럽을 휩쓸고 지나간 후 르네상스라는 화려한 꽃이 피었다”며 코로나19 영향으로 시장 경쟁 환경이 급격하게 재편되는 올 한 해가 최상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의 위기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내고 10년, 20년 지속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판을 바꾸는 대담한 사고로 도전해 달라”고 주문했다.
정 부회장이 제시한 중점 과제는 세 가지다. 고객을 향한 불요불굴(不撓不屈), 구성원 간의 원활한 협업과 소통, 다양성을 수용하는 조직문화다. 정 부회장은 ‘결코 흔들리지도 굽히지도 않고 목표를 향해 굳건하게 나아간다’는 의미의 사자성어 ‘불요불굴’을 언급하며 “우리에게 불요불굴의 유일한 대상은 고객”이라고 강조했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신년사에서도 ‘고객의 중요성’을 언급했었다. 소비자의 욕구와 요구가 더욱 다양해지는 환경에서 고객의 요구에 집중하고 라이프스타일을 바꿀 수 있는 대담한 사고가 필요하다고 했다.
어려운 상황에서 팀워크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정 부회장은 “불가능해 보이고 어려워 보이는 일도 자신이 속한 사업만 바라보는 좁은 사고에서 벗어나면 그룹 안에서 활용할 수 있는 역량과 자산을 발견할 수 있다”며 “이런 생각이 대담한 사고이자 위기를 이겨내는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유통 산업의 미래에 대한 전망도 내놨다. 정 부회장은 “코로나19로 인해 소매 시장의 온라인 전이가 최소 3년 이상 앞당겨졌다”며 “새로운 IT기술을 기반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묶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이끌 인재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소설가 빅토리아 홀트의 명은 ‘절대 후회하지 마라. 좋았다면 멋진 것이고, 나빴다면 경험인 것이다’는 문구도 인용했다. 정 부회장은 “새로운 기회를 잡을 타이밍을 놓치지 않도록 신세계그룹을 스스로 재정의하는 한 해로 만들어 달라”고 주문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