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 수목장 목사 “오늘은 더 일찍 뽀로로 음악을…”

입력 2021-01-04 15:54
송길원 목사 페이스북 캡처

양부모에게 끔찍한 학대를 당해 숨진 16개월 입양아 정인이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추모 움직임이 일고 있는 가운데 정인이의 장지를 관리하고 있는 송길원 목사의 페이스북 글이 재조명 받고 있다.

지난 11월 경기도 양평시의 한 장지를 운영 중인 송길원 목사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어떤 죽음 앞에서’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보일러가 고장이 나 추운 밤을 보내고 있다면서 “보일러 탓 만은 아니었다. 안데르센 공원묘원에 들어온 죽음이 나를 아프고 춥게 했다. 어린 생명의 죽음은 그 어떤 죽음보다 아프고 고통스러웠다. 사연의 궁금증보다 너무 어린 날 스러진 목숨이 나를 슬프게 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수목장을 운영하며 숱한 죽음과 추모의 장면을 지켜보던 내게 이번 죽음은 좀 달랐다”며 “어떻게 알고 찾아왔는지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 들었다. 어떤 이는 손에 꽃을 들었고, 어떤 이는 아이를 위해 손 편지를 썼다. 인형이 매달렸고 아이가 좋아할 과자를 갖다 놓았다. 어두운 밤을 밝혀주고파 작은 태양광 등을 설치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네이버 블로그 '둥이둥이' 캡처, 송길원 목사 페이스북 캡처

그는 장지를 찾아온 이들이 정인이와 어떤 인연도 없는 사람들임을 밝히면서 “가벼운 인사만 하고 가는 게 아니었다. 모두들 오래 오래 머물렀다. 캐릭터 비석을 어루만지기도 하고 차가운 잔디밭의 디딤석에 주저앉아 깊은 묵상에 잠기기도 했다”고 전했다. 또 “모두들 무릎을 꿇고 있었다”면서 이 행동을 “지켜주지 못한 참회의 몸짓이었다”고 설명했다.

송 목사는 “비로소 세상이 참 따뜻하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이 아름다운 추모의 발길을 누가 이끈 것일까”라고 반문하고는 “나는 안다. 뜨거운 가슴이 시킨 일인 것을. 덕분에 보일러 보다 뜨거운 가슴을 얻었으니 이번 겨울이 그닥 춥지는 않겠다”고 썼다.

그는 “오늘 아침은 더 일찍 뽀로로 음악을 틀어주어야겠다”는 다짐과 함께 글을 마무리했다.

네이버 블로그 '둥이둥이' 캡처

실제로 정인이의 장지에는 많은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일 정인이의 장지에 다녀왔다고 밝힌 조윤주씨는 “많은 사람들이 정인이를 알게 되어 안도하는 마음으로 발걸음을 옮겼다”면서 “도착하니 이미 여러 명의 추모객들이 줄지어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는 “사람들이 보는 데도 무릎을 꿇고 펑펑 울었다. 정인이를 위해 꼭 울어주고 싶었다. 그렇게 수목장에 한 시간 정도 있었던 것 같다”면서 “다른 추모객들을 먼 발치에서 보면서 정인이가 외롭지 않은 것 같아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생각을 밝혔다.

앞서 생후 16개월 정인이는 양부모로부터 끔찍한 학대를 당한 이후 입양된 지 271일 만에 하늘의 별이 됐다. 입양모는 아이를 입양한지 얼마 안 된 지난 3월부터 10월까지 약 8개월 간 정인이를 상습적으로 폭행해 골절상 및 장간막 파열 등의 상해를 가했고, 입양부의 경우 학대를 방관하고 일부 학대 행위에 가담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정인이의 장지는 ‘안율하’라는 이름으로 경기도 양평의 한 수목장에 마련돼 있다.

김남명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