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건너뛴 제44회 이상문학상 대상에 이승우 ‘마음의 부력’

입력 2021-01-04 14:15 수정 2021-01-04 15:03
이승우 작가/문학사상사 제공

제44회 이상문학상 대상에 이승우의 ‘마음의 부력’이 선정됐다. 지난해 불공정 계약 관행 문제로 수상자를 발표하지 못했던 이상문학상은 관련 규정을 손질하고, 심사제도도 보완했다.

이상문학상 주관사인 문학사상사는 4일 지난해 1월부터 12월까지 주요 문예지에 발표된 중·단편소설을 대상으로 추천 의뢰, 예심, 본심을 진행한 결과 ‘마음의 부력’을 대상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박형서 ‘97의 세계’, 윤성희 ‘블랙홀’, 장은진 ‘나의 루마니아어 수업’, 천운영 ‘아버지가 되어주오’, 한지수 ‘야夜심한 연극반’은 우수작으로 선정했다.

‘마음의 부력’은 문학과 사회 2020년 봄호에 실린 단편소설로, 죽은 형과 자신을 헷갈려하는 어머니와 가족의 일상을 소재로 하고 있다. 이상문학상 심사위원회는 “일상적 현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짤막한 가족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지만, 아들과 어머니 사이의 부채 의식과 죄책감이라는 다소 무겁고 관념적인 주제를 사회윤리적 차원의 여러 가지 현실 문제와 관련지어 소설적으로 결합해 내는 데 성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승우는 1981년 한국문학 신인상에 ‘에리직톤의 초상’이 당선돼 등단했다. 이후 ‘구평목씨의 바퀴벌레’ ‘일식에 대하여’ ‘식물들의 사생활’ 등을 펴냈다. 대산문학상, 현대문학상, 동서문학상, 황순원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이승우는 “사무원처럼 일한다”는 노벨문학상 수상자 오르한 파묵의 말에 동의한다며 수상소감을 남겼다. 그는 “상을 받는 것은, 규칙과 반복이 지배하는 사무원의 사무실로 갑자기 낯선 손님들이 찾아오는 것과 같은 사건”이라며 “이 손님들은 반복되는 일에 지쳤거나 혹은 타성에 젖은 사무원의 정신을 휘젓고 일깨운다”고 말했다.

지난해 이상문학상은 우수상 수상작가인 김금희, 최은영, 이기호가 ‘수상작 저작권 3년 양도’ 등에 문제를 제기하며 수상을 거부해 발표가 유보됐다. 문학사상은 예심위원 별도 위촉 및 예심 내용 공개, 수상작 재수록 시 출판권·저작권 침해 없도록 규정 제정, 수상 상금(대상 5000만원, 우수작 재수록료 작품당 500만원) 인상을 새 운영 방침으로 발표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