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 “재판 독립 침해 공격에 단호하게 대처”

입력 2021-01-04 14:04
김명수 대법원장이 4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참배를 위해 현충탑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명수 대법원장이 4일 “재판 독립을 침해하는 부당한 외부의 공격에 대해 의연하고 단호하게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법원장은 이날 오전 시무식사를 통해 “판결에 대한 정당한 비판을 넘어 법관 개개인에 대해 공격이 가해지는 우려스러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지만 헌법적 책무를 항시 잊지 않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최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에 대한 유죄 판결,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효력 집행정지 결정 등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것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시무식은 코로나19 여파로 열리지 못했다. 김 대법원장은 법원 내부망인 코트넷을 통해 시무식사를 전달했다.

그는 “사회 각 영역에서 갈등과 대립이 심화되고 있고, 그런 갈등과 대립이 법원으로 밀려드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며 “세간의 주목을 받는 사건처럼 법관이 짊어지는 부담이 적지 않은 경우도 있겠지만, 헌법상 책무를 이행해야 하는 독립된 법관의 사명감으로 부디 무게와 고독을 이겨내 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김 대법원장은 1심 재판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분쟁으로 법원을 찾은 국민이 빨리 본래의 일상을 되찾을 수 있도록 첫 심급부터 충실한 재판이 이뤄져야 한다”며 “시간에 쫓긴다는 이유로 당사자가 말할 기회를 충분히 갖추지 못한다면 ‘좋은 재판’이 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고등법원 부장판사 직위 폐지, 윤리감사관 제도 변경, 법관 장기근무제도 시행 등 사법부 내 변화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법원조직법 시행으로 고등법원 부장판사 직위가 폐지되고, 고등법원 합의부의 구성과 운영이 시작된다”며 “고등법원과 지방법원 이원화의 토대가 완성돼 심급별 전문화와 심리의 충실화가 제고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대법원장 직속기구로 개편되는 윤리감사관실과 관련해서는 “법원 구성원이 법의 엄정한 작용을 사명으로 하는 사법부의 역할에 맞는 윤리성을 갖추고 있는지 한 층 더 엄격하고 객관적인 잣대로 평가될 것”이라고 했다.

김 대법원장은 마지막으로 “여러분께서는 충실하고 적정하며 또한 신속하게 법과 정의를 선언하라는 엄중한 헌법적 책무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재판권의 의미를 잊지말라”며 “매 사건에 사명감을 가지고 임해 주시기를 당부드린다”고 했다.

한편 김 대법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현충탑 참배를 마친 뒤 방명록에 ‘국민들의 애환과 고뇌에 더욱 성심껏 귀를 기울이는 사법부가 되겠습니다’라고 적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