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차에 혼자 쓰러진 걸 보고 뇌졸중과 저체온증이 발생한 줄 알았습니다.”
귀화 허가를 위한 심사기간 중 음주운전을 한 네팔 국적 외국인 A씨의 변명이었다. 아내가 위독한 것으로 착각하고 병원으로 데려가기 위해 부득이하게 음주운전을 하게 됐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법원은 결국 A씨가 귀화허가 요건 중 ‘품행 단정’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판단, 법무부의 귀화불허 처분은 적법하다고 밝혔다.
A씨는 2014년 대한민국 국적의 아내와 결혼해 결혼이민 체류 자격으로 국내에 거주해왔다. 그는 2018년 ‘대한민국 국민과 혼인한 상태로 2년 이상 국내 주소가 있는 경우’를 만족해 법무부에 간이귀화를 요청했다.
그러나 법무부는 지난해 2월 “A씨는 음주운전으로 형사처벌된 전력이 있어 품행이 미단정하다”며 이를 거부했다. A씨가 귀화허가를 위한 심사기간 중인 2019년 11월 음주운전에 따른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는 이유였다. 음주운전 적발 당시 A씨는 면허 취소에 해당하는 혈중알코올농도 0.186%의 만취 상태였다.
A씨는 재판에서 회사 회식자리에서 함께 술을 마시던 아내가 먼저 귀가한 줄 알았는데 차에 혼자 쓰러져 있는 것을 보고 병원에 데려가려 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어쩔 수 없이 음주운전을 한 사정이 있으니 참작해달라는 취지였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판사 박양준)는 A씨가 “귀화를 불허한 처분을 취소하라”며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을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4일 밝혔다. 재판부는 “술에 취해 쓰러진 배우자가 생명과 건강이 위중한 상태라고 착각한 것은 지나친 음주로 인한 것으로 보인다”며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귀화 허가를 위한 심사 기간에 음주운전을 한 것은 우리 국가공동체의 구성원으로 인정해 주권자의 한 사람으로 받아들이는 데 지장이 있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A씨는 평소 대리운전을 이용해왔고 배우자 건강상태가 좋지 않았다고 선처를 구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그런 사정만으로 착오에서 비롯된 음주운전 범행을 합리화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아울러 재판부는 “귀화 허가 신청은 횟수나 시기 등의 제한 없이 할 수 있다”며 “A씨가 상당한 기간 동안 다른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품행이 단정함을 증명해 대한민국에 귀화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밝혔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