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장 “법관 공격, 단호히 대처”…정경심 재판부 고려?

입력 2021-01-04 11:06 수정 2021-01-04 11:15
김명수 대법원장이 4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참배를 위해 현충탑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명수 대법원장이 2021년 새해를 맞아 “재판 독립을 침해하는 부당한 외부의 공격에 대해 의연하고 단호하게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 판결 이후 극성 여권 지지층을 중심으로 재판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는데 이를 반영한 발언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김 대법원장은 4일 오전 기자단에 전달한 시무식사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통상 새해 사법부 첫 행사로 대법원에서는 시무식이 열리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우려로 생략됐다.

김 대법원장은 “사회 각 영역에서 갈등과 대립이 심화되고 있고, 그러한 갈등과 대립이 법원으로 밀려드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며 “때로는 판결에 대한 정당한 비판을 넘어 법관 개개인에 대해 공격이 가해지는 우려스러운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는 사건처럼 법관이 짊어지는 부담이 작지 않은 경우도 있겠지만 헌법상 책무를 이행해야 하는 독립된 법관의 사명감으로 부디 그 무게와 고독을 이겨내 달라”고 당부했다.

김 대법원장은 “저는 대법원장으로서 헌법적 책무를 항시 잊지 않고, 재판 독립을 침해하는 부당한 외부의 공격에 대해서는 의연하고 단호하게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법원장은 “안타깝게도 현재의 사법부가 국민으로부터 충분히 그 성과와 노력을 인정받고 있는가라는 물음에는 자신있게 대답하기 어려운 것이 냉정한 현실”이라며 “우리가 먼저 해야 할 일은 지난 잘못에 대한 통렬한 반성과 성찰”이라고 언급했다.

또 “현재 문제되고 있는 사법행정권 남용에 대한 것뿐 아니라 사법부의 본질적 역할인 재판 그 자체에 대한 자기반성도 필요하다”며 “우리가 굳건히 지켜야 할 것과 과감히 버려야 할 것을 구별하고 개혁과 변화의 내적 동력을 얻어 실천할 때 비로소 사법부는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좋은 재판’에 대해 “분쟁으로 법원을 찾은 국민이 빨리 본래의 일상을 되찾을 수 있도록 첫 심급부터 충실한 재판이 이뤄져야 한다”며 “절차적 만족뿐 아니라 올바른 결론 도출을 위해서도 당사자들이 법정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 대법원장은 “여러분은 충실하고 적정하며 또한 신속하게 법과 정의를 선언하라는 엄중한 헌법적 책무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재판권의 의미를 잊지 말라”며 “매 사건에 사명감을 가지고 임해 주기를 당부드린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 대법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현충탑 참배를 마친 뒤 방명록에 ‘국민들의 애환과 고뇌에 더욱 성심껏 귀를 기울이는 사법부가 되겠습니다’라고 적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