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에 등돌린 최측근 그레이엄…“공화당 대선 뒤집기, 정치적 술수”

입력 2021-01-04 09:28 수정 2021-01-04 09:37
그레이엄, 대선 뒤집기 시도 공화당 의원들 비판
“효과적 해법 아니라 정치적 술수…증거 내놓아야”
매코널 공화당 원내대표도 대선 승복 입장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측근인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이 일부 공화당 의원들의 대선 결과 뒤집기 시도를 반대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믿었던 그레이엄 의원마저 발을 빼는 형국이다.

오는 6일로 예정된 상·하원 합동회의는 조 바이든 당선인의 대선 승리를 확정하는 마지막 절차다. 공화당 상원의원 11명은 이 합동회의에서 일부 주(州)들의 대선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겠다고 발표한 것이 논란의 발단이 됐다. 이들의 움직임은 대선 결과를 뒤집기위한 최후의 시도이자 마지막 진통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에서 그레이엄 의원이 친(親) 트럼프 의원들을 향해 오히려 공격을 가하고 나선 것이다.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3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그것(이의 제기)은 효과적인 해법이 아니라 정치적 술수 성격이 더 강한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들(공화당 의원들)은 달성하기 힘든 목표를 갖고 있다”면서 “그들이 제기한 혐의에 대해 분명하고 확실한 증거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레이엄 의원은 또 “이처럼 늦은 시점에 (일부 주의 대선 결과에 대한) 감사 위원회를 제안한 것은, 실현 가능성이 0%이며, 트럼프 대통령을 위해 효과적으로 싸우는 것도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레이엄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을 정치적으로 엄호했던 최측근 인사다.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이 진행됐을 당시 상원 법사위원장이었던 그레이엄 의원은 “탄핵 사유가 안 된다”고 온몸으로 막았다. 그레이엄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골프 친구이기도 하다. 그런 그레이엄 의원도 공화당 의원들의 대선 결과 뒤집기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한 것이다.

모든 상황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공화당의 상원 원내대표인 미치 매코널 의원도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대선 결과를 뒤집으려는 시도에 대해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매코널 원내대표는 다만 “우리는 6일에 상·하원 합동회의와 관련한 모든 사안을 다룰 것”이라고 형식적인 답변을 꺼냈다.

하지만 AP통신은 매코널 원내대표가 은밀히 공화당 소속의 상원의원들에게 대선 결과에 반대하지 말 것을 촉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공화당·민주당 소속의 상원의원 10명은 초당적으로 공동성명을 내고 의회가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를 확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대선 결과를 뒤집으려는 일부 공화당 의원들의 시도는 미국인들의 표출된 의지에 반하는 것이며, 이미 확정된 대선 결과에 대한 미국인들의 신뢰를 갉아먹는 효과만 낳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성명에 공화당 상원의원 4명이 참여했다. 미트 롬니 상원의원을 포함해 이들 모두는 반(反) 트럼프로 분류되는 공화당 의원들이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