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호트(동일집단) 격리 이후 47명의 누적 사망자가 발생한 경기 부천시 효플러스요양병원의 김모 원장이 “병상 배정이 제때 이뤄지지 못해 사망자가 늘었다”며 보건 당국을 향한 울분을 쏟아냈다.
김 원장은 “건물 한 층을 요양병원으로 쓰는데 격리 후 병원 자체적으로 병동을 나눠 환자를 분리했다”면서도 “공기 순환 문제도 있고 아예 외부로 (확진자를) 분리하지 않는 한 코호트 격리는 추가 확진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절대 아니었다”고 3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이어 병상 배정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언론에서 병상 배정에 대한 소식은 계속 들렸지만 우리 환자는 병상을 배정받지 못했다. 그렇게 사망자는 계속 늘어났다”면서 “사망자 27명 중 병상 배정만 잘했어도 80% 이상은 살았을 거다. 큰 병원으로 제때 갔으면 살 수 있었을 텐데 중증환자 병상 부족 문제로 이런 비극이 (벌어졌다)”고 토로했다.
김 원장에 따르면 남겨진 의료진과 직원들은 식사부터 환자 치료까지 모든 걸 알아서 해야 했다. 지원받은 건 생수와 레벨D 방호복뿐이었다. 병원 내 인력이 부족해 자발적으로 병원에 남았던 직원 1명이 뒤늦게 확진 판정을 받아 사망하기도 했다.
김 원장은 “음성 직원을 따로 분리해 달라는 요청을 했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직원이 아닌데도 자발적으로 남았던 요양보호사 등에 대한 지원도 요청했으나 거절됐다. 병원에 남아서 끝까지 어떻게든 버텨보려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정부 의료 시스템에 대해서는 “개념이 아예 없다” “주먹구구식이었다”고 표현했다. 그는 “병상 부족 문제에 대한 대비가 없었다. 일이 터진 후에도 어떻게든 적극적으로 해줬어야 하는 부분도 ‘나 몰라라’ 팽개쳤다”며 “총체적으로 컨트롤타워가 없는 느낌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부천 효플러스요양병원은 지난달 11일 요양보호사 6명이 최초 확진 판정을 받은 뒤 약 20일간 160명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그 가운데 47명이 숨졌다. 지난달 31일 이 병원에 남아 있던 확진자 8명(직원 4명, 환자 4명)이 코로나19 전담 병원으로 옮겨지면서 코호트 격리는 자동 해제됐다.
김 원장은 “일단 확진이 나오면 어떻게든 외부로 빼내든가 분리를 해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됐다”면서 “지금과 같다면 똑같은 비극이 생길 것이다. 대책을 마련해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