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이 ‘사면’ 물러선 날…이재명은 “기득권 카르텔 해체”

입력 2021-01-04 00:10

이재명 경기지사가 “뿌리 깊은 기득권 구조를 개혁하지 않으면 쉽게 무너질 수 있다”며 검찰 등 권력기관 개혁을 강조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띄운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론’에 입장을 밝히는 대신, 기득권 개혁이야말로 곧 촛불 민심임을 주장하며 지지층 붙잡기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이 지사는 3일 페이스북에 “기득권 카르텔을 개혁하는 것이 곧 민생이며 이들을 내버려 두고는 어떠한 민생개혁도 쉽게 물거품이 될 수 있다”고 적었다. 그는 몰락한 브라질의 룰라 정권을 언급하고 “뿌리 깊은 기득권 구조를 개혁하지 않으면 국민의 높은 지지를 받는 정부도 이렇게 쉽게 무너진다”며 “정치 권력은 5년이지만 기득권 권력은 영속적”이라고 했다.

이 지사는 “남의 나라 이야기라고 하기엔 기시감이 든다”며 “일각에서 문재인정부가 적폐 청산과 검찰개혁에 몰두하는 것을 비판하나, 이렇듯 시민의 삶과 기득권 구조 개혁은 분리되어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촛불은 비단 박근혜 탄핵만을 위해 켜지지 않았다. 불의한 정치 권력은 물론 우리 사회 강고한 기득권의 벽을 모두 무너뜨리라는 명령”이라며 “검찰개혁, 사법개혁은 물론 재벌, 언론, 금융, 관료 권력을 개혁하는 것으로 지체 없이 나아가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사면 논란으로 당의 이견이 노출되는 상황에서 대권 경쟁자인 이 대표와 각을 세우는 대신 지지층이 바라는 권력기관 개혁을 강조하며 전략적 차별화를 꾀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 지사는 사면론에 대해 “나까지 입장을 밝히는 것은 사면권을 지닌 대통령께 부담을 드리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말씀드리지 않는 것을 양해해달라”고 했다. 사면에 대해서는 문 대통령의 결정을 따르겠다는 뜻이다.

이 지사가 최근 대권 경쟁에서 이 대표보다 앞서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신년을 맞아 진행된 여론조사 11개 중 8개 조사에서 이 지사는 선두에 올랐다.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위치에 있어서 사면론에 대한 여론의 추이를 지켜보며 대응해도 늦지 않다는 뜻이다. 이 지사 측 관계자는 “(사면에 대한 입장은) 원론적인 측면에서 이해해달라”며 말을 아꼈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