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인저스 ‘22경기 20승’ 부활시킨 제라드…EPL 복귀설 ‘모락모락’

입력 2021-01-04 06:00
스티븐 제라드(오른쪽) 레인저스 감독이 지난달 11일 유럽축구연맹 유로파리그 D조 레흐 포즈난과의 경기에서 교체되어 골을 넣은 공격수 세드릭 이텐을 격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디펜딩챔피언 리버풀의 전설적 선수이자 주장 출신 스티븐 제라드(38) 감독이 잉글랜드에 돌아올 날이 머지 않았다는 설이 현지에서 힘을 얻고 있다. 레인저스를 이끈 지 3시즌 만에 스코틀랜드 프리미어십(SPL) 우승을 눈앞에 두고 있어서다.

제라드가 지휘하는 레인저스는 2일(현지시간) 아이브록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셀틱과의 ‘올드펌 더비’ 홈 경기에서 후반 상대 미드필더 칼럼 맥그리거의 자책골과 앞서 나온 닐 비튼의 퇴장에 힘입어 1대 0 승리를 거뒀다. 이 경기로 레인저스는 2위 셀틱에 승점 19점 차이로 앞서며 선두를 질주했다. 셀틱이 3경기를 덜 치른 걸 감안해도 압도적인 승점 차다.

이번 승리는 여러 가지로 의미가 있다. 셀틱은 앞서 9시즌 연속 SPL 우승을 차지해왔다. 반면 맞수 레인저스는 10년 전인 2010-2011시즌 마지막으로 우승했으나 이후 구단 재정 사정 등이 겹쳐 2012-2013 시즌부터 4시즌 간 리그 3위 안에도 들지 못하는 수모를 겪었다.

제라드는 레인저스 감독으로 부임한 2018-2019시즌부터 팀을 2시즌 연속 리그 준우승시키며 자존심을 어느 정도 되찾아놨다. 그러나 주요 길목마다 선수 시절부터 자신을 괴롭혀온 준우승 징크스에 매번 울었다. 때문에 이번 더비 승리는 리그 우승 가능성을 어느 때보다 높여놨다는 점에서 레인저스와 제라드 모두에게 중요하다.

제라드는 경기 뒤 인터뷰에서 “셀틱과의 승점 차는 10점인 것과 다름없다”며 방심해서는 안된다고 경계했다. 그는 “경기 전부터 (결과를 둘러싸고) 잡음이 들릴 걸 알고 있었다”면서 “느슨해지지 말고 할 일을 해내야 한다”고 말했다.

제라드는 레인저스에서 감독 일을 시작하면서부터 리버풀의 차기 감독 후보로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선수 시절 끝내 리그 우승에는 실패했지만 주장으로서 리더십을 보이며 유럽축구연맹(UEFA) 유럽챔피언스리그(UCL) 우승까지 해내는 등 구단의 상징적 존재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다.

제라드는 부임 2년 차인 2019년 12월 29일 셀틱 원정에서 승리하며 가능성을 보여줬다. 레인저스로서는 거의 10년만에 거둔 올드펌 더비 승리였다. 지난 시즌 눈앞에서 우승을 놓쳤지만 좌절하지 않고 올 시즌 22경기에서 두 경기 무승부를 제외하고 전승을 거두는 기세를 이어오고 있다. 올 시즌 레인저스의 리그 득점은 57골, 실점은 5골이다.

레인저스는 SPL뿐 아니라 유럽 무대에서도 눈에 띄게 강해졌다. 레인저스는 이번 시즌 UEFA 유로파리그 D조 조별리그에서 벤피카에 2무를 기록한 걸 제외하고 모든 경기를 승리했다. 리그에서의 선전이 단순히 리그 별 수준 차이 때문이라고 할 수 없는 이유다.

축구전문매체 골닷컴은 “제라드는 다양한 상대를 맞아 전술 능력을 보여줬을뿐 아니라, 알프레도 모렐로 같은 까다로운 선수도 잘 다뤄내면서 선수관리 능력도 입증했다”고 평가했다. 이번 시즌 리그 우승으로 무관 징크스까지 깨뜨린다면 ‘포스트 클롭’ 후보들 중 유력한 입지를 다질 수 있을 전망이다.

클롭 감독이 리버풀과 체결한 계약기간은 2024년까지다. 올 시즌 리버풀은 핵심 선수들의 부상에도 불구하고 리그 선두를 유지하고 있어 EPL 2연패 가능성이 상당하다. 클롭 감독은 지난해 8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2024년 계약기간이 만료된 뒤 1년 동안 쉬고 나서 은퇴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