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떠오른 1회 접종법, 왜?
국제보도전문채널 프랑스24는 2일(현지시간) 코로나19 백신 제조사들이 2회 접종 방식을 권고하고 있지만 일부 과학자들은 자국 정부에 1회 접종만으로도 면역력을 형성하기 충분하다는 입장을 펼치며 정부를 설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화이자와 모더나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을 대상으로 예비연구를 실시한 결과 1회 접종만으로도 상당한 효능을 보인다는 결과가 나온 데 따른 것이다.
전 세계 백신 공급량이 극히 제한적인 상황에서 1회 접종 방식을 채택한다면 더 많은 이들을 대상으로 광범위한 백신 접종을 할 수 있다는 게 1회 접종을 주장하는 과학자들 입장이다. FDA 연구 결과에 따르면 2회 접종 시 95% 예방률을 보였던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은 1회 접종 시 70%의 효과를 보였다. 특히 2회 접종 시 94.5% 예방률을 보였던 모더나 백신은 1회만 접종해도 80~90%의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스턴대학의 전염병 전문가 크리스 길은 “정부는 가능한 한 빠르게 더 많은 사람들이 한 번이라도 접종받을 수 있도록 조치하는 게 중요하다”며 “(1회 접종자들이) 2번째 접종을 기다리는 사이 한 번도 접종받지 못한 이들이 목숨을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2회 접종 준수해야” 여전한 반론
코로나19 백신 개발사들은 1회 접종 방식에 대해 회의적이다. 한 차례 접종 만으로도 예방 효과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효과가 3주 이상 지속되는지 확실치 않기 때문에 2회 접종 지침을 지키는 게 낫다는 입장이다.
파리 앙리-몽도 병원의 감염병 전문가안 장 다니엘 르리에브르 박사는 프랑스 일간 르몽드에 “2차 접종의 목적은 면역력을 지속시켜 삶을 정상으로 복귀시킬 가능성을 높이는 데 있다”며 “한 차례 주사로 같은 수준의 보호를 제공한다는 증거가 없다”고 경고했다.
프랑스24는 “전 세계적으로 백신 공급량이 부족한 가운데 FDA 연구 결과는 각국 정부와 의료 전문가들에게 딜레마를 안기고 있다”며 “완벽하지는 않지만 광범위한 백신 접종을 하는 게 더 나은지, 아니면 적은 수의 사람들에게만 접종을 하더라도 완전한 면역을 갖추도록 하는 게 나은지 사이에서 선택을 요구받고 있다”고 전했다.
올리비에 베랑 프랑스 보건부 장관은 언론 브리핑에서 “프랑스 정부는 제약사 권고대로 2회 접종 방식을 고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백신 혼용’ 주장 나온 영국
세계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가장 먼저 시작한 영국에서도 접종 방식을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1일 CCN방송에 따르면 영국의학협회(BMA)는 지난달 31일 성명을 통해 백신 접종 간격을 기존 4주에서 12주로 연장하기로 한 영국 정부의 방침을 공개 비판했다.
통상 1회차 접종을 한 뒤 3~4주 뒤 2회차 접종을 하는 데, 이 간격을 12주로 늘리겠다는 게 영국 정부의 입장이다. 2회차 접종을 지연시킨 사이 최대한 많은 이들을 대상으로 1회차 접종을 실시하겠다는 것이다. BMA는 “접종 일정을 이처럼 급작스레 바꾸는 건 현실적이지도 않고 2회차 접종을 앞둔 이들에게 부당한 조처”라고 지적했다. 접종 간격이 지연될 경우 1회차 백신의 효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영국 정부가 최근 공개한 백신 접종 지침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미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해당 지침에는 ‘2회차 접종 시 1회차와 다른 백신을 투여해도 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2회차 접종 때 1회차 접종 백신을 구할 수 없거나, 1회차 투여 백신의 제조사를 알 수 없다면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백신을 접종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취지다.
전문가들은 영국 정부의 새 지침이 백신 부족에서 비롯된 절박함 탓에 탄생한 비과학적 방편이라고 꼬집었다. 미 코넬 대학의 백신 전문가인 존 무어는 NYT에 “이 아이디어에 대한 과학적 자료가 전혀 없다”고 경고했다. 영국의 보건 분야 관계자들도 “과학을 완전히 버린 상태에서 코로나19 혼란을 벗어나기 위한 길을 어림짐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