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업계, 2021년도 ‘이 대신 잇몸’ 전략…여객 회복 난망

입력 2021-01-04 06:00

코로나19 타격으로 지난해 최악의 한 해를 보낸 항공업계는 올해도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백신 접종이 시작됐지만 인적 교류가 감염병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려면 최소 2024년은 돼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항공사들은 올해 상반기 국제노선 사업계획도 기존 노선의 30% 수준으로 잡고 지난해처럼 화물 운송 사업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1일 새해 첫 화물기를 띄웠다고 3일 밝혔다. 아시아나항공에 따르면 OZ987(B747)편은 1일 오전 4시10분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해 5시15분(현지시각) 중국 상하이 푸동공항에 도착했다. 해당 편에는 국내 주력 수출상품인 반도체 및 전자장비 관련 화물 약 81t이 실렸다.

새해 국내 항공사의 첫 승객이 화물인 장면은 올해 업계 전망을 그대로 담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화물 수송은 지난해에 이어 항공업계가 2021년을 버텨낼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며 “지난해 아시아나항공 국제선 운항률이 계획 대비 10% 수준에 그쳤지만 화물 매출을 지난해보다 58% 늘어 2분기부터 영업이익 흑자를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전체 공항을 이용한 여객 수는 3753만여명으로 전년도(1억1300만여 명)보다 66.8%나 곤두박질쳤다.


2021년에도 항공업황은 전 세계적으로 어두울 전망이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올해 여객 인원을 28억명으로 예상했다. 18억명을 기록한 지난해보단 10억명(55.56%) 늘었지만 2019년(45억명) 여객 수의 절반을 겨우 넘긴 수준이다. IATA는 “코로나19 사태 이전과 비슷한 수준의 여객 인원에 도달하기 위해선 최소 2024년은 돼야 한다”고 예상했다.

국내 업계는 이른바 ‘이 대신 잇몸’, 화물 수송 전략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홍콩에서 발표하는 화물 운송 지수 TAC 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중순 기준 홍콩~북미 노선 항공 화물 운임은 1㎏당 7.5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역대 최고치인 8.47달러보다는 떨어졌지만 지난 5년간 운임과 비교했을 때 여전히 높다.

항공사들의 유동성 문제는 올해 가장 큰 위험 요인이다. SK증권 리서치센터는 “항공사들이 지난해 유상증자나 자회사, 자산 매각, 정부의 지원금 등으로 버텨냈으나 올해 상반기부터는 업황 난항이 지속돼 자금 부족 위험이 재부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변수는 백신 접종에 따른 국경 개방 속도다. 현재 백신 접종을 시작한 국가들을 중심으로 트래블 버블 등 단계적인 국경 개방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IATA는 “백신 접종 여부 등 승객의 건강 상태를 알려주는 트래블 패스(백신 여권) 등을 올해 상반기 목표로 개발하고 있다”며 “올해 하반기는 업황이 본격적으로 회복될지를 결정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