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10여개 주정부가 교도소 수감자에게 코로나19 백신을 우선 접종키로 하면서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노인, 기저질환자 등 고위험군보다 수감자에게 백신을 먼저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흉악범들 실명을 거론하면서 ‘백신 특혜’를 줘선 안 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수감자를 우선하는 일부 주정부의 백신 접종방침을 두고 SNS 등에서 비난 목소리가 높다고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발단은 콜로라도주 일간지에 지난해 11월 실린 칼럼이다. 칼럼을 쓴 논평가 조지 브로츨러는 “콜로라도주 보건 당국의 백신 접종계획에 따르면 살인, 강간, 아동학대를 저지른 수감자들이 법을 준수하는 65세 이상 노인 및 선량한 시민보다 먼저 접종 받는다. 78세 아버지를 둔 아들로서 나는 묻는다. 자레드 폴리스 주지사, 이 무슨 정신 나간 짓인가?”고 했다.
브로츨러는 “무고한 콜로라도 노인들은 (총기 난사로 4명을 살해한) 범죄자 네이선 던랩이 접종을 받은 뒤에야 감염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도 했다. 누리꾼들은 흉악범 던랩의 이름을 거론하면서 주 정부에 방침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논란이 커지자 주 당국은 서둘러 조치를 철회했다. 자레드 폴리스 콜로라도주지사는 지난달 3일 기자회견에서 “백신 양은 한정돼 있다. 무고한 시민들이 모두 접종받기 전에 죄수들에게 돌아갈 몫은 절대 없을 것”이라며 기존 방침을 수정했다.
당초 계획에 따르면 수감자는 접종 1순위인 의료인력, 입원환자에 이은 2순위였다. 논란 이후 2순위 대상은 70세 이상 노인으로 변경됐고, 수감자의 접종 순위는 뒤로 밀렸다.
범죄자의 백신 접종 순서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많은 죄수가 밀집한 교도소는 코로나19 감염에 취약한 곳임이 분명하다. 다만 범죄자에게 백신 특혜를 주면 안 된다는 비판은 사그라지지 않는다.
미국 50개 주 가운데 12곳은 시민보다 수감자에게 먼저 백신을 맞힐 계획이라고 WP는 전했다.
뉴저지와 워싱턴 등 5개 주는 이미 수감자 접종을 시작했다. 코네티컷, 델라웨어, 펜실베이니아 등 7개 주는 의료 종사자와 장기입원환자에 이은 2순위 접종 대상으로 수감자들을 지정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효과적 방역을 위해 수감자의 백신 접종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한다. 콜로라도대학 생명윤리센터 메튜 위니아 소장은 “끔찍한 범죄자는 백신을 맞을 자격이 없다는 불만이 크다. 하지만 지금은 도덕적 논쟁이 아닌 수학 계산을 할 때”라고 지적했다.
그는 “집단 감염자가 많은 상위 15개 사례 가운데 14건은 교도소 및 대학 기숙사에서 발생했다”면서 “수감자들을 외면하면 코로나19 유행 기간이 길어지고 더 많은 사람이 죽어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