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한 친문지지층 “이낙연 사퇴하라”…‘문자 폭탄’까지

입력 2021-01-03 15:39 수정 2021-01-03 17:15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제시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론’에 강성 친문(친문재인) 지지자들의 반발이 연일 거세지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에게 ‘사면에 반대하라’는 문자 메시지를 쏟아내고, 이 대표를 향해선 “문재인 대통령만 곤란해졌다”며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예상은 했지만 당 안팎의 반발이 생각보다 더 거센 것 같다”고 했다.

3일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에서는 이 대표를 향한 찬반 여론이 격렬하게 충돌했다. 한 권리당원은 “국민의 염원으로 이루어낸 (전직 대통령 사법처리) 결과를 당대표라는 권한으로 사면하자고 제안한 이유가 무엇이냐”며 “정말 국민과 민주당, 대통령을 위하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반발했다. 다른 당원은 “촛불민심을 근거 없는 폭동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이 대표는 사퇴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 당원은 “리더는 무게를 짊어질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며 이 대표 옹호론을 펼치기도 했다.

친문 지지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이재명 경기지사에게 지지율에서 밀린다고 이런 무리수를 던지느냐”며 비판 여론이 주를 이뤘다. 일부 지지자들 사이에선 “당이 하나로 뭉쳐도 모자랄 판에 이게 무슨 짓이냐” “사면에 찬성하는 최고위원들도 탈당하라”는 강경 주장이 쏟아졌다.

일부 지지자들은 민주당 소속 의원의 휴대전화 번호를 온라인으로 공유하며 “문자 폭탄으로 사면 반대 의사를 표명하도록 촉구하자”고 움직이고 있다. 한 초선의원은 “항의 정도가 아니라, 왜 빨리 SNS에 (사면 반대) 의견을 내지 않느냐고 촉구하는 지지자들의 연락이 쇄도하고 있다”며 “내부적으로는 반대 목소리를 내도, 외부에 당내 갈등으로 비춰질 까봐 자제하는 의원들이 많을 것”이라고 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민주당 의원들의 공개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판사 출신인 이수진(서울 동작을) 의원은 페이스북에 “사면은 국민정서법이다. 국민의 눈높이에서 논의돼야 한다”며 “그동안 개혁을 이루고자 일터와 광화문광장, SNS에서 밝혀졌던 촛불의 가슴들이 사면을 얘기하고 용서를 얘기할 때까지는 기다려야 된다”고 밝혔다. 박홍근 의원 역시 “국민통합을 바라지 않은 정부와 정당, 정치인이 동서고금에 어디 있겠느냐”며 “이런 사회적 병리현상은 중대한 범죄를 저지르고 수감 중인 전직 대통령의 사면으로 해소될 수 있는 문제가 결코 아니다”고 반대 의견을 냈다.

한편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에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지난 1일 올라온 이후 이날 오후 3시 기준 5만4000여명이 동의했다. 이 국민청원은 사전 동의 100명을 넘겼지만 새해 연휴와 주말이 겹치며 아직 공개 검토 중인 상태다.

양민철 박재현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