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 뒤집기 ‘마지막’ 반란…성공 가능성 거의 없다

입력 2021-01-03 10:07 수정 2021-01-03 10:36
공화당 상원의원 11명, 대선 뒤집기 가세
트럼프와 ‘악연’ 크루즈가 주도
6일 상·하원 합동회의 ‘마지막’ 절차
성공 가능성 없어…공화당 분열·민주당 하원 장악

테드 크루즈 공화당 상원의원이 2일(현지시간) 조지아주 커밍에서 미국 상원의원 선거 조지아주 결선투표에 출마한 켈리 뢰플러 공화당 상원의원에 한 표를 던질 것을 호소하는 지원 연설을 하고 있다. AP뉴시스

미국 공화당 소속의 상원의원 11명이 미국 대선 결과를 뒤집기 위한 마지막 시도에 가세했다.

이들은 오는 6일(현지시간)로 예정된 미국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를 확정한 일부 주(州)의 선거인단 투표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겠다고 2일 밝혔다.

하지만 이들의 반란이 성공을 거둘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AP통신은 “(마지막 뒤집기에 나선) 공화당의 11명의 상원의원들도 그들이 대선 결과를 뒤바꿀 것 같지 않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정 주(州)의 선거인단 투표 결과가 무효가 되기 위해선 상·하원에서 각각 과반의 찬성이 필요하다. 하지만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는 하원에서 대선 결과를 뒤집을 확률은 사실상 전무하다. 공화당이 분열된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이유다.

그러나 막판까지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 확정을 놓고 진통은 계속될 전망이다.

트럼프한테 “거짓말쟁이” 공격받았던 크루즈가 선봉에

공화당 상원의원 11명은 이날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10일 간의 긴급 감사가 받아들여지지 않거나 완료되지 않을 경우 6일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우리는 합법적으로 (대선 결과가) 승인되지 않았다는 논쟁이 벌어진 주들의 대선 결과에 대해 반대표를 던질 것”이라고 밝혔다.

조시 하울리 상원의원은 이미 지난달 30일 대선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11명의 상원의원이 이에 가세함에 따라 대선 뒤집기에 나선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모두 12명이 됐다.

특정 주의 선거인단 투표 결과에 대해 상·하원 모두 절반 이상이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반대표를 던지면, 그 주의 투표 결과는 대선 최종 개표에서 제외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와 관련해 “민주적인 절차를 무너뜨리기 위한 이들의 시도는 전례가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WP는 그러면서 “이들 상원의원들은 ‘대선 결과를 뒤집기 위한 것이 아니며, 이보다는 이번 대선이 공정하게 치러지지 않았다고 믿는 이들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면서 “그러나 이들의 부장선거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공화당 반란 의원들의 리더는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이다. 크루즈 상원의원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악연도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이들은 2016년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상대방의 부인까지 공격하는 진흙탕 싸움을 벌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크루즈를 향해 “거짓말쟁이”라고 불렀다. 아이러니하게도 트럼프로부터 그런 공격을 당했던 크루즈가 선봉에 나선 것이다.

마지막 남은 법적 절차…6일 상·하원 합동회의

차기 미국 대통령을 확정하기 위해선 세 가지 법적 절차를 거쳐야 한다. 대선과 주별 선거인단 투표, 그리고 상·하원 합동회의다.

이미 바이든 당선인은 지난해 11월 3일 실시됐던 대선에서 승리했다. 또 지난달 14일 미국 50개주와 수도 워싱턴에서 실시됐던 주별 선거인단 투표에서 바이든 당선인은 대선 승리를 재확인했다. 두 번째 관문을 넘은 것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주별 선거인단 투표에서 대선 결과 그대로 306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하며 대선 승리를 위한 매직넘버 270명을 넘겼다.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인단은 232명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1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에 위치한 자신 소유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머물다가 백악관이 있는 워싱턴으로 돌아가기 위해 팜 비치 국제공항에서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 원’에 오르고 있다. AP뉴시스

이제 남은 마지막 절차가 6일 미국 의회에서 열릴 상·하원 합동회의다. 상·하원 합동회의에선 주별 선거인단 투표 결과를 승인하고, 당선인을 공식 발표한다.

이 절차까지 마무리하면 바이든 당선인은 오는 20일 낮 12시 취임식을 통해 새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한다.

미국 법은 상·하원의원 모두 합동회의에서 주별 선거인단 투표 결과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화당 일부 상원의원들은 이를 활용해 대선 결과를 뒤집기 위한 마지막 시도에 나서는 것이다.

공화당마저 갈라져…성공 가능성 거의 없다

그러나 이들의 반란은 불발탄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힘을 합쳐도 모자를 판에 공화당이 분열된 것도 원인이다.

공화당의 벤 새스 상원의원은 “나는 대선 결과를 뒤집으려는 시도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며 “나는 나의 동료들에게 위험한 술책을 버릴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공화당의 상원 사령탑인 미치 매코널 원내대표도 대선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반란 목소리를 낸 공화당 상원의원 12명 외에도 일부 하원의원들이 반대 움직임에 가세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대세를 뒤집기엔 역부족이다.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CNN방송은 공화당 소속 하원의원 중 최소 140명이 반대표에 던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전체 하원의원이 435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과반에는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상원 의장 자격으로 6일 회의를 주재하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대선 결과 인정을 거부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도 트럼프 진영의 마지막 기대를 꺾는 대목이다.

하지만 일부 공화당 상·하원의원들이 조직적으로 대선 결과 확정에 반대할 것이라고 공언해 막판까지도 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