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변증가 라비 재커라이어스, 생전 성폭력 사실 확인돼

입력 2021-01-03 09:00
세계적 변증가로 이름을 떨쳤던 라비 재커라이어스(1946~2020)가 생전 저지른 성추행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미국 크리스채너티투데이(CT)는 “라비 재커라이어스 국제사역센터(RZIM)가 지난 23일 ‘재커라이어스가 수년에 걸쳐 성폭력를 저질렀다는 신뢰할만한 증거가 있다’고 밝혔다”고 최근 보도했다. RZIM은 재커라이어스가 1984년 설립한 사역단체로, 15개국에 300여명의 직원을 둔 국제 기독교 변증단체다.

지난해 5월 별세한 재커라이어스는 생전 그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여성들의 증언이 잇따라 나오면서 성추행 의혹에 휩싸였다. RZIM은 재커라이어스의 성추행 혐의를 조사하기 위해 법무법인을 고용해 사태 파악에 나섰고, 지난 23일(현지시간) 홈페이지에 중간조사 결과를 공지했다.

RZIM은 이 공지문에서 “슬프게도 우리는 중간조사 결과에서 재커라이어스가 실제 성폭력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이런 행위는) 그가 40년 이상 사역을 펼치며 대중에게 보여온 행동과 전적으로 일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최종 조사 결과가 나오면 포괄적인 내용을 공개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법무법인이 조사·작성 중인 최종보고서는 이달이나 다음 달 중 나온다.

재커라이어스의 딸인 사라 데이비스 RZIM 대표는 “우리는 이 소식이 수천 명의 사람들에게 슬픔과 혼란, 환멸과 분노를 가져다줄 것을 안다”며 “재커라이어스의 성폭력으로 고통받은 사람들을 위해 깊이 애도한다. 이들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요청했다.

재커라이어스는 무신론이 우세했던 서구 사회에 기독교를 이성적으로 대변해 ‘CS 루이스 이후 최고의 기독교 변증가’로 꼽혔다. 미국 휴스턴대와 애즈베리대에서 신학과 법학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92년 하버드대 베리타스 포럼 첫 강사로 나서며 세상에 본격 이름을 알렸다. 94년 미국에서 50만부 이상 판매된 책 ‘진리를 갈망하다’ 등 전 세계 독자에게 널리 읽힌 기독교 변증서를 30여권 펴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