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쇼크’… 구치소 3단계 격상한 날 사망·확진 와르르

입력 2020-12-31 17:38
대규모 집단 감염이 발생한 서울 동부구치소에서 지난 29일 한 수용자가 '살려주세요'라고 쓴 글을 창문 밖으로 내보이고 있는 모습. 뉴시스


법무부가 서울동부구치소 코로나19 집단감염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31일부터 2주간 전국 교정시설에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를 실시한다. 수용자 일반 접견 등이 전면 중단된다.

법무부가 잇따라 대책을 내놨지만 확산세는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이날 126명의 추가 확진자가 발생해 동부구치소 누적 확진자는 900명을 넘어섰다. 법무부는 “신입 수용자에 대한 전수검사가 늦은 감이 있었다”며 공식 사과했다.

이용구 법무부 차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 현황 및 향후 대책을 발표하고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진심으로 송구하다”고 밝혔다. 법무부 브리핑은 지난 19일 수용자 집단감염이 처음 확인된 지 12일 만에 열렸다.

법무부의 대책에 따라 오는 13일까지 전국 교정시설에 수용자 일반 접견이 중단된다. 스마트폰 접견이나 전화 사용만 가능하다. 변호인 접견도 원칙적으로 중단한다. 취사장 등 필수작업 외 모든 작업과 교육이 중지된다. 교정시설 직원들은 비상근무체계를 유지하고 자택대기를 하는 등 외부활동이 제한된다.

이날 동부구치소 관련 누적 확진자는 직원 21명과 수용자(출소자 포함) 897명을 합해 총 918명으로 늘었다. 서울구치소에서는 확진 판정을 받고 독방에 수용돼 있던 30대 남성 A씨가 이날 오전 숨졌다. 서울구치소에서는 이날까지 수용자 2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었다. A씨는 평소 고혈압이 있었고 정확한 사망원인은 파악 중이다.

교정당국 관계자는 “A씨는 경증 환자라 자체 격리해 관리했었다. 오전 5시30분쯤만 해도 평상시와 다름없고 화장실도 다녀왔는데 갑자기 사망했다”고 밝혔다. 지난 27일에는 동부구치소에서 확진 판정을 받았던 ‘굿모닝시티 사기’ 주범 윤창열씨가 사망했었다.

동부구치소 수용자와 가족들의 불안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29일 동부구치소의 한 수용자는 외부 창문을 통해 ‘살려 달라’는 손팻말을 들어 보이기도 했다. 일부 수용자들은 교도관에게 욕설을 하고 물건을 던지는 등 위협적인 행동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수용자들의 불안이 상당하다는 것을 보고를 통해 알고 있다. 구치소 직원들과 가족들도 불안해하고 있다”며 “모든 수단을 동원해 수형생활 안정을 도모할 테니 믿어 달라”고 말했다. 교정당국 관계자는 “일부 수용자들의 난폭 행동은 코로나19 이전에도 빈번했다”며 “자체적으로 통제 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동부구치소는 외부 창문을 통해 팻말을 내보인 수용자가 누구인지 향후 조사를 진행해 외부 방충망 훼손 및 규율 위반 책임을 물을 계획이다.

동부구치소의 감염 확산은 교정시설 총책임자인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초기 대응 실패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법무부 노조는 코로나19 확산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추 장관을 직무유기 혐의 등으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추 장관은 이날 “대한민국은 누구나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는 안전 사회로 나가야 한다”는 내용의 신년사를 발표했지만 동부구치소 사태에 대해선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한편 동부구치소에 수감돼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23일 코로나19 감염 우려를 이유로 서울동부지검에 형집행정지를 신청했으나 전날 불허 통보를 받았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 21일부터 지병 진료차 서울대병원에 입원해있다.

나성원 구승은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