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인 이상 집합금지’ ‘9시 이후 식당 내 취식 금지’ 등 강화된 코로나19 방역 조치가 계속되고 있지만 회식의 유혹을 떨쳐내지 못하는 회사들이 여전히 곳곳에서 ‘꼼수 회식’을 벌이고 있다. 코로나19도 못 끊어내는 회식 문화에 감염 불안을 호소하는 직장인도 늘어나고 있다.
직장인 A씨는 3일 “지난 연말 오후 9시부터 식당에서의 술자리가 금지되자 사택에서 하는 2차 회식이 수차례 이어졌다”며 “연초에도 이런 식으로 신년회를 하게 될까 두렵다”고 말했다. 9시까지 회사 인근 식당에서 술자리를 갖고 밤 11시까지 회사 기숙사에서 2차 회식을 하는 식이다. 지난 주에는 ‘식당 내 5인 이상 집합금지’ 행정명령에 아랑곳하지 않고 음식점을 통째로 빌려 40여명이 송년회를 열기도 했다고 한다.
이런 꼼수 회식이 회사 기숙사나 사원 자택 등 방역 당국의 손이 미치지 못하는 ‘은밀한 곳’에서 이어지는 탓에 관리감독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A씨 회사는 지난 연말 인근의 다른 회사로부터 신고를 당해 얼마 전 관할 지자체에서 경고성 공문을 받았다. 하지만 공문에는 ‘한 번 더 신고가 들어오면 감독을 나가겠다’고 적혀 있을 뿐 실제로 공무원이 와서 들여다보지도 않았다고 한다.
A씨는 “연초에 본가에서 연휴를 보내야 하는데 혹시나 가족에게 바이러스를 옮기게 될까 너무 두려웠다”며 “지방에서 근무하는 선후배 중에는 휴일마다 수시로 다른 지역을 오가는 하는 사람도 많은데 집단감염 발원지가 되면 어쩌려고 이러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아예 문을 닫은 것처럼 위장한 식당에서 밤 늦게까지 회식을 하는 회사도 있다. 직장인 B씨는 “우리 회사는 음식점 사장님에게 미리 얘기해 아예 식당의 셔터를 내리고 송년회를 진행했다”며 “회사원들 상대로 장사하는 음식점인데 회식이 사라져 매출이 떨어지니 사장님도 위험부담을 감수하고 제안에 응한 것 같다”고 전했다. B씨는 “상사들이 사원들에게 다른 곳에 말하거나 신고하면 큰일 난다고 계속 당부했는데 이렇게까지 회식을 해야만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C씨의 회사는 퇴사하는 직원의 송별회를 한다며 지난주 10명 이상이 모여 회사에서 배달음식을 시켜 먹었다. 식당에서는 5인 이상이 함께 식사를 할 수 없었던 탓이다. C씨는 “굳이 회사에서 음식을 시켜 먹으면서까지 송별회를 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며 “정부가 모이지 말라고 그렇게 강조하는데 꼭 밥을 나눠 먹어야만 진정한 이별이라는 구시대적 발상은 코로나 시국에도 변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비대면 회의가 권장되는 ‘코로나 시대’에도 굳이 대면 회의를 해야겠다는 상사 때문에 속앓이 하는 직장인도 많다. 직장인 D씨 회사는 요즘도 10여명 넘는 사람들이 회사에서 모여 회의를 한다. 일주일에 두세 번 소규모 미팅을 하고 격주에 한 번씩 대형 미팅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D씨는 “화상으로 해도 아무 문제가 없는데 굳이 회사에 다 모이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D씨는 “‘일은 무조건 회사에서 해야 한다’는 사고방식에 얽매인 상사들이 매일 회사에 나와서 일하는데 우리 같은 후배들이 안 나올 수가 있겠느냐”며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연일 1000명을 넘나드는데 이래도 괜찮은 것이냐며 부하직원끼리 속풀이 하는 것 외엔 달리 할 수 있는 게 없어 답답하다”고 전했다.
강보현 기자 bob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