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오늘 밤 11시 마침내 ‘리얼 브렉시트’

입력 2020-12-31 16:50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영국이 유럽연합(EU)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진짜 브렉시트’가 31일 오후 11시(현지시간)를 기점으로 시행된다. 1973년 EU의 전신인 유럽경제공동체(EEC)에 가입한 지 47년 만이다. 브렉시트 과정에서 2명의 총리가 교체되는 등 EU와의 ‘완전한 결별’로 향하는 길은 극심한 정치적 혼란으로 점철됐다.

30일 BBC방송 등에 따르면 영국 하원은 이날 ‘EU와의 미래관계 협상 합의안’에 대한 긴급 표결을 실시해 찬성 521표 대 반대 73표 압도적 차이로 통과시켰다. 이로써 11개월 간의 브렉시트 전환 기간도 끝이 나고 진짜 브렉시트를 맞게 됐다.

압도적 가결은 보리스 존슨 총리가 이끄는 영국 보수당이 이미 하원 650석의 과반을 훌쩍 뛰어넘는 의석을 확보하고 있는 데다 제1야당인 노동당의 키어 스타머 대표도 소속 의원들에게 찬성표를 던지라고 지시하면서 가능해졌다. 다만 스타머 대표는 “얄팍한 합의가 ‘노 딜 브렉시트(EU와의 합의 없는 브렉시트)’보다는 낫기 때문”이라고 찬성 이유를 설명했다.

존슨 총리는 이날 하원 연설에서 유럽 속의 영국이 아닌 ‘세계 속의 영국’을 강조하며 “우리는 영국 역사 속 새로운 장을 열 것”이라고 말했다.

2016년 6월 23일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통해 EU 탈퇴를 결정한 이래 영국 사회는 극심한 정치적 혼란을 겪었다. 브렉시트 이슈는 그 자체로 영국 총리들의 무덤이 됐다. EU 잔류파로 영국 내 반(反) EU 정서를 타개하기 위해 ‘브렉시트 찬반 국민투표’라는 도박을 감행했던 제임스 캐머런 전 총리는 영국 국민들이 51.9% 대 48.1%로 EU 탈퇴에 찬성한다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오자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다수결로 브렉시트를 결정했지만 이후에도 국론 분열과 EU와의 합의 난항으로 영국 사회는 극심한 혼란을 겪었다. 캐머런의 후임자였던 테레사 메이 전 총리도 그가 EU 측과 도출해낸 브렉시트 합의안이 영국 하원에서 엎어지면서 물러났다.

노딜 브렉시트도 불사하겠다는 강경론자 존슨 총리가 집권한 후에야 영국의 EU 탈퇴가 현실화됐다. 몇 번이나 합의 시한을 연장하는 진통 끝에 지난 1월 31일 EU 탈퇴협정을 체결했고 약 1년 간의 전환기간을 두기로 했다. 전환기간 중에도 무역·안보 등의 분야에서 미래관계 협상이 난항을 빚으며 최근까지도 노 딜 우려가 높았지만 지난 24일 극적으로 최종 합의에 도달했다.

2021년 1월 1일부터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이제 영국은 다른 EU 국가들과 교역할 때 통관 및 검역 절차를 거쳐야 한다. 양측은 상품무역에서 ‘무관세·무쿼터’를 유지하기로 했지만 기존에 없던 통관 및 검역절차가 생기면서 새해부터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 국민들도 더 이상 다른 유럽 국가들을 자유로이 여행할 수 없게 된다. 다른 유럽 국가에 90일 이상 체류하려면 비자가 필요하다. 휴대전화 무료 로밍 혜택도 사라진다. 영국에서 딴 의사나 약사, 변호사, 회계사 등 전문자격증도 그동안은 다른 유럽 국가에서도 그 자격을 인정받았지만 내년부터는 영국 내에서만 인정된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