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에 40년 이상 가짜 할랄(이슬람교도인 무슬림이 먹고 쓸 수 있는 제품) 고기가 수입됐고, 이에 정부 기관과 공무원들이 연루됐다는 폭로가 나와 논란이 커지고 있다.
31일 말레이시아 매체들에 따르면 현지 종교부, 경찰, 세관 등은 ‘가짜 할랄 고기 스캔들’을 집중적으로 조사 중이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수입고기 관련 기업이나 유통업체에 대한 지속적인 감시와 단속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21일 현지 언론 뉴스트레이츠타임스는 브라질, 볼리비아, 캐나다, 콜롬비아, 스페인, 멕시코의 할랄 인증을 받지 않은 도살장에서 도축된 고기를 수입해 할랄 고기로 속여 파는 카르텔(조직)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 언론은 할랄 고기 수입 과정에 관여하는 할랄 인증기관, 검역 당국, 세관, 항만 경찰 등 정부 기관 고위 공무원들이 뇌물, 성 접대를 받고 카르텔의 뒤를 봐줬다고 폭로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카르텔은 40년 이상 운영된 것으로 보인다.
익명의 제보자는 “할랄 인증 과정에는 큰 비용과 시간이 든다”며 “카르텔은 공무원들 비호 아래 비할랄 고기를 수입해 할랄 인증을 받은 소고기와 섞어 팔아 막대한 이익을 챙겼다”고 말했다.
‘가짜 할랄 고기’ 스캔들에 말레이시아인들은 “무슬림이 할랄이 아닌 고기를 먹는 것은 술을 마시는 것과 같다”며 육류 취급점과 식당에 할랄 진위 문의를 하는 등 격한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할랄은 식물성 음식·해산물과 같이 이슬람 율법 아래에서 무슬림이 먹고 쓸 수 있도록 허용된 제품을 말한다. 육류 중에서는 이슬람식 알라의 이름으로 도살된 염소고기, 닭고기 등을 포함한다.
반면 자연사했거나 인간이 도살한 짐승의 고기 등은 ‘하람(haram)’ 푸드라 불리며 무슬림에게 금지되고 있다.
이난초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