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이 겨울철을 맞아 코로나19 재유행에 직면한 가운데 새해 첫날을 맞이하는 기념식들이 대폭 축소되거나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외신들은 “올해의 끝은 코로나19의 그림자 속에서 맞이하는 침묵의 송구영신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30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에서 열리는 ‘타임스스퀘어 볼드롭’ 행사가 올해는 비공개로 진행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뉴욕시는 전통적으로 매해 마지막 날에 새해 카운트다운과 함께 원타임스스퀘어 빌딩 꼭대기에서 LED조명으로 이뤄진 무게 5.4t의 대형 크리스탈 볼을 천천히 떨어뜨리는 행사를 진행해왔다. 매년 수십만명이 행사를 보기 위해 운집할 만큼 큰 행사다.
하지만 뉴욕시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올해 행사를 온라인과 TV 생중계로만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미리 초대받은 일선 의료진과 필수 업종 근로자 등 최대 160명만 현장 참석이 허용된다.
호주도 새해맞이 운집을 막기 위해 공공장소 모임 인원을 30명으로 제한하고 주요 명소에 관광객이 들어올 수 없도록 통제에 나선다. 매년 전 세계적으로 중계되는 시드니 하버 브리지 불꽃놀이는 올해 열리지 않는다.
유럽에서는 영국이 템스강 불꽃놀이를, 독일은 브란덴부르크문 거리 신년 축하 행사를 취소했다. 네덜란드와 이탈리아, 터키 등도 신년행사를 최소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바티칸 성베드로광장에 인파가 운집하는 것을 막기 위해 실내에서 신년 메시지를 전한다는 계획이다. 한국도 67년 만에 제야의 종 타종 행사를 취소하고 남산 팔각정 등 주요 해맞이 명소를 폐쇄한다.
송년 행사 취소에 더해 각국 정부는 새해맞이 모임에서 바이러스가 전파되지 않도록 군 병력과 경찰력을 동원해 엄정 단속에 나선다.
프랑스는 경찰관과 헌병 10만명을 투입해 송년 파티와 모임, 불꽃놀이 등을 막을 계획이다. 터키는 31일부터 나흘간 봉쇄 조치를 내리고 보안군을 동원해 호텔 등에서 몰래 열리는 사적 파티를 단속한다. 호주에서는 지역 경찰관들이 집집마다 방문해 모임 제한 인원 등 방역 수칙을 준수하고 있는지 여부를 확인할 것으로 알려졌다.
예외적으로 방역에 성공한 뉴질랜드만이 예년과 같이 새해를 맞이한다. 7주간의 록다운 끝에 코로나19 확산세를 완전히 억제하는 데 성공한 뉴질랜드는 곳곳에서 파티와 축제, 불꽃놀이 행사를 열며 송년을 기념할 계획이다.
NYT는 “대부분 나라에서 송년 행사 현장에 참석하기는 어렵겠지만 온라인으로는 얼마든지 즐길 수 있다”면서 “올해의 마지막은 집에 앉아 TV를 시청하고 음악을 들으며 조용히 새해를 맞이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전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