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역 경찰서 소속 한 경비과에서 근무하는 무기계약직 여성 직원 A씨는 최근까지 직장에서 약 1㎞, 걸어서 10분 넘게 걸리는 곳에 있는 화장실을 이용했다. 자신이 근무 중인 건물에는 여자화장실이 없어 볼일이 급할 때마다 배를 움켜쥐고 다른 건물로 뛰어가야만 했다.
A씨는 수년 동안 경찰청에 여자화장실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경찰청은 예산이 든다며 설치를 거부했고, 옆 건물에 있는 여자화장실을 이용하라고 권유했다. 이 건물도 경찰청 소속이다.
이에 A씨는 어쩔 수 없이 옆 건물 화장실을 이용해 왔다. 하지만 최근 누수 문제로 여자화장실이 공사에 들어가면서 문제가 생겼다.
A씨는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이용할 화장실을 마련해 달라고 했다. 그러자 부대에서는 “그냥 커튼으로 가리고 남자화장실을 쓰면 되지 않느냐”고 했다. 이에 노조는 제대로 된 칸막이 공간 분리나 이동식 화장실 등 설치를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A씨는 어쩔 수 없이 공사가 진행되던 2주 동안 화장실을 찾아다녀야 했다.
31일 경찰청 공무직노동조합(경찰노조)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러한 사실을 알리며 “경비과에 여직원이 딱 한 명 있다”면서 “수년 동안 여자화장실이 없어 다른 건물 화장실을 이용해야만 했다”고 설명했다.
이경민 노조위원장은 “그마저도 공사로 못 쓰게 되니 커튼을 치고 남자화장실 한 칸을 이용하라고 제안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일을 ‘갑질’이라고 규정하며 “최소한의 배려조차 없었다. 화장실은 인간의 기본권”이라고 강조했다.
“공용화장실, 성범죄 노출… 성인지 감수성 부족”
특히 이 위원장은 2016년 서울 강남구의 남녀 공용화장실에서 한 남성이 20대 여성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강남역 살인사건’을 언급하며 “공용화장실은 여성을 범죄에 노출시키는 것이다. 경찰이 할 행동은 아니라고 본다. 경찰 내부의 성인지 감수성 부족을 나타내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경찰노조는 경찰청에 공문을 보내 공개사과와 예방교육 이행을 촉구했다. 노조는 재발방지책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진정 등의 조치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경찰청은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경찰은 해당 내용이 사실로 드러나면 전 직원을 대상으로 정기적으로 실시 중인 성인지 교육에 관련 내용을 반영할 예정이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