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때 민간인 수용’ 주정공장 옛터, 역사 현장으로

입력 2020-12-31 10:46
제주4·3사건을 전후한 시기의 제주 주정공장 모습. 제주4·3아카이브 발췌.

옛 주정공장 터에 세워진 비문.

제주4·3 당시 민간인 수용소로 쓰였던 옛 주정공장 터가 4·3을 기억하는 역사 현장으로 조성된다.

제주도는 제주 근현대사의 질곡이 고스란히 배어있는 옛 주정공장 터에 총 50억원을 투입해 4·3 기억 장소로 조성하고 있다고 31일 밝혔다.

도는 올해 3억원을 들여 4·3조형물과 위령 제단을 설치한 데 이어 2021년에는 29억원을 투입해 역사기념관을 건립한다. 이듬해에는 15억원을 투입해 도심 소공원을 조성, 도민들이 쉽게 찾을 수 있는 일상 공간에서 4·3의 아픔을 상기할 수 있도록 할 전망이다.

앞서 도가 진행한 상징조형물 공모에서는 거대한 눈물 방울로 4·3의 아픔을 표현한 작품(‘그날의 슬픔’)이 당선작으로 결정됐다.

한편 도는 새해 추진하는 역사기념관 건립과 관련해 30일부터 건축설계 공모를 시작했다. 전국 공모로 마감 기한은 내년 2월 3일까지다.

2월 중 당선작을 정해 내년 연말까지 역사기념관을 완공할 계획이다.

공모와 관련한 사항은 제주도 홈페이지 분야별 정보의 건축 카테고리를 참고하면 된다.

송종식 특별자치행정국장은 “일제 강점기에 설립돼 4·3당시 민간인 수용소이면서 해방 전후 제주도의 주요한 산업 시설이었던 옛 주정공장 터가 4·3역사 현장으로 조성된다”며 “미래 세대에 4·3을 기억하는 역사 교육 현장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1943년 설립된 동양척식주식회사 제주주정공장은 제주에서 생산된 고구마 등을 원료로 알코올을 제조하던 해방 전후 제주의 주요 산업시설로 4·3 당시 민간인 수용소로 활용됐다. 혹독한 고문 후유증과 열악한 수용 환경 때문에 주정공장에서 죽어 나가는 사람이 부지기수였다. 이 곳에 수용됐던 청년 층은 대부분 재판에 회부돼 육지 형무소로 이송됐으며 이들 중 대다수는 6·25 직후 집단 희생됐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