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진술서 부친 언급한 이재용 “철저한 준법시스템 만들겠다”

입력 2020-12-30 19:46 수정 2020-12-30 19:53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30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결심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최현규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30일 서울고법 심리로 열린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결심공판 최후진술에서 “외부의 부당한 압력을 거부할 수 있는 준법 시스템을 만들겠다”며 준법 의지를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님의 영결식에서 친구분이 이 회장의 예를 전 산업사에서 접하지 못했다고 하며 ‘승어부’라고 하셨다”며 “선대보다 더 크고 강하게 만드는 것이 효도라는 가르침이 강렬하게 남아있다”고 말했다.

이어 “경쟁에서 이기고 성장시키는 것은 기본이고 제가 꿈꾸는 승어부는 더 큰 의미를 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우리의 생태계가 건강해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진정한 초일류 기업은 지속가능한 기업이고 이는 기업인 이재용의 일관된 꿈”이라며 “이것이 이뤄질 때 진정한 승어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격에 맞는 새로운 삼성을 만들어 존경하는 아버님께 효도하고 싶다”며 울먹이기도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30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결심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최현규 기자

이 부회장은 “2014년 5월 이건희 회장께서 쓰러지신 후 경황이 없던 와중에 박근혜 대통령과의 독대가 있었다”며 “지금 같았으면 결코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든 것이 저의 불찰이고 제 책임이다”라고 덧붙였다.

이 부회장은 또 “4년간의 재판, 조사 과정은 소중한 성찰의 시간이 됐다”며 “재판 과정에서 삼성과 저를 외부에서 지켜보는 준법감시위원회가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재판부께서는 단순히 재판 진행 이상을 해주셨다”며 “삼성이 우리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이재용은 어떤 기업인이 되어야 하는지, 깊이 고민해야 하는 화두를 던져 주셨다”고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관련 파기환송심 10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이 부회장은 “회사에서 의미 있는, 작지 않은 변화가 이뤄지고 있지만 아직 자랑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며 “하지만 과거로 돌아가는 길을 결코, 결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오해를 불러일으킬 일은 없을 것이며 어렵고 힘들더라고 반드시 정도를 갈 것”이라며 “지난달 삼성 최고경영진의 잘못도 저 자신의 관여와 관계없이 잘 들여다보고 이중, 삼중으로 재발 방지 대책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 5월 삼성준법감시위원회의의 권고로 이루어진 대국민 사과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부회장은 “제 아이들이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언급되는 일 자체가 없도록 하겠다”며 “이런 논란에 휩싸이는 일 또한 결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무노조 경영이라는 말도 없을 것”이라며 “제가 지킨 약속을 모두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앞으로 어떠한 일이 있더라고 개인적 이익을 취하는 일은 안 할 것”이라며 “오로지 사회에 기여하는 일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 부회장의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선고 기일은 다음달 18일이다.

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