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공수처장)으로 지명된 김진욱 헌법재판소 선임연구관은 30일 “공수처 출범에 대한 여러분들의 기대와 걱정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간 정부와 여권은 공수처의 설립은 검찰권을 견제하는 사법구조의 전환이며, 거스를 수 없는 국민적 요구라고 말해 왔다. 반면 야권에서는 공수처가 초헌법적 기관이며 정부 비판 세력을 탄압할 것이라는 우려를 표해 왔다. 역설적이게도 김 후보자가 일하던 헌재가 “공수처는 위헌적 국가기관”이라는 헌법소원 사건을 심리 중이었다.
김 후보자의 말처럼 기대와 걱정이 공존하지만 공수처가 문을 여는 시기는 가까워졌다. 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검증을 통과하면 일단 공수처가 ‘개청’한다는 것이 공수처 설립준비단의 설명이다. 준비단의 한 관계자는 30일 “김 후보자가 대통령으로부터 처장 임명장을 받으면 공수처는 개청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준비단은 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되기 전날까지 있고, 개청과 동시에 해산한다”고 말했다.
준비단의 설명을 종합하면 공수처 차장과 ‘수사처검사’ ‘수사처수사관’ 등 수사인력을 채용하는 작업은 공수처 개청 이후에 이뤄진다. 공수처 차장은 판사·검사·변호사로 10년 이상 활동한 사람 중에서 처장이 제청해 대통령이 임명한다. 수사처검사는 7년 이상 변호사 자격이 있는 사람으로 25명 이내 규모로, 수사처수사관은 변호사거나 7급 이상 공무원 중 조사·수사 업무에 종사했던 사람 등으로 40명 이내 규모로 구성된다. 수사처검사는 인사위원회를 거쳐 임명된다.
법조계의 관심은 실질적으로 공수처의 수사를 지휘할 차장에 모이고 있다. 고위 공직자의 권력형 비리를 성역 없이 살펴야 하는 임무인 만큼 특별수사 경험도 있어야 할 것이라는 얘기다. 한 검찰 간부는 “공수처 차장은 수사의 경험은 물론 ‘감’도 있는 사람이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검찰 관계자는 “처장 후보 추천 과정에서 판사 출신이 주목받았다면, 차장은 검사 출신이 맡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수사인력을 꾸리는 과정에만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일단 인력만 구성된다면 공수처는 언제라도 가동될 수 있는 환경이긴 하다. 지난 7월 공수처법 시행을 앞두고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5동에는 공수처 사무실 등 조성 공사가 완료됐다. 회의실과 영상녹화조사실, 대변인실까지도 전부 꾸려졌다. 준비단 관계자는 “전화기도 다 들어가 있고, 번호만 넣으면 통화할 수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다만 공수처가 실제 ‘1호 수사’에 착수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공수처가 공식 출범하면 고발과 진정이 많이 이뤄질 것”이라면서도 “첫 수사의 경우 상징성과 함께 수사의 성패를 신중히 고려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후보자는 “부족한 사람이지만 공직후보자에 대한 국민의 검증인 인사청문회를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